III.백두대간·정맥·기맥/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종주기16(화령재-비재-갈령삼거리

시인마뇽 2007. 1. 3. 09:23

                                                백두대간 종주기16

 

                                *대간구간:화령재-비재-갈령삼거리

                                *산행일자:2005. 7.31일

                                *소재지  :경북상주

                                *산높이  :봉황산741미터

                                *산행코스:화령재-봉황산-비재-못재-갈령삼거리-갈령고개

                                *산행시간:9시23분-17시16분(7시간53분)

                                *동행      : 나홀로


  어제는 대간 길에서 복더위의 위력을 온 몸으로 느낀 하루였습니다.

기상이변으로 지구촌 여기저기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복더위만은 용케도 기상이변을 해마다 비껴가 어느 한해 복더위를 시원하게 보냈다는 얘기를 지금껏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조상들이 복더위를 어떻게 이겨왔는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여름문화의 일면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복날이면 황견이 수난을 겪었습니다.

저희 시골에서는 복날에는 개를 잡아 동네에서 잔치를 벌이기도 했고, 가까운 개천으로 천렵을 가기도 했습니다. 더위에 지친 몸을 보신하고자 개를 잡는 것이 동물학대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여론이 높은 듯싶습니다. 식물이 탄수화물의 소스라면 동물은 주요한 단백질 원이기에 모든 동물을 음식으로 취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닐 것이고, 결국 개고기를 드는 것이 비난 받는 주 이유는 어떻게 애완동물을 먹이로 취할 수 있느냐에 모아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는 가축(cattle)이었지 애완용(pet)이 아니었기에 그 고기를 즐겨 들었다는 생각입니다. 방안에서 재운 고양이의 고기를 상에 올리지 않는 것은 고양이가 바로 애완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애완동물이냐 아니면 가축이냐의 판가름도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른데 개고기를 든다고 해서 잔인하다거나 야만적이라는 비난을 퍼붓는 것은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 가해서  제 단견을 올려보았습니다.


  전국 최대의 곶감생산지인 상주로 가는 길은 내륙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빠르고 편해졌습니다. 동서울에서 2시간 반이면 상주에 다다를 수 있어  큰재-지기재, 지기재-화령재와 화령재-갈령삼거리의 백두대간 구간들을 당일로 다녀 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침6시 동서울터미널을 출발하여 상주를 거쳐 종주산행의 기점인 화령재까지 약 3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상주에서 보은행 직행버스를 타고 화령에서 하차, 화령재까지 택시로 옮겼습니다.(교통비는 갈 때는 상주까지 11,800원, 화령까지2,500원, 화령재까지 택시비3,000원해서 17,300원이 들었고, 올 때는 갈령에서 상주까지 3,450원, 동서울까지 11,800원해서 15,250원 왕복해 모두 32,550원이 들었습니다.)


  9시23분 해발 320미터의 화령재에서 대간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아침 5시에 신의터재를 출발했다는 대구분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3-4분가량 도로를 따라 화령 쪽으로 내려와 도로 오른 쪽의 집 옆으로 난 들머리에 들어섰습니다. 잠시 배낭에서 스틱을 꺼내느라 멈칫하는 사이에 그 분은 한참 앞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10시33분 산불감시 초소에 다다랐습니다.

들머리에서 조금씩 고도가 높아져 산 오름이 그다지 힘들지 않았습니다. 능선 왼편 아래에 자리 잡은 화령시내가 한눈에 잡혔는데 시골의 소도시답게 아담해 보였습니다. 구름 한점 없는 쾌청한 날씨에 골바람도 불어주지 않아 잠시도 초소에 머무르기 힘들어 목에다 수건을 두르고 바로 봉황산으로 향했습니다. 길섶에 자주색의 도라지꽃이 눈을 끈 것은 어릴 적 어머니가 산에서 캐온 도라지의 껍질을 벗겨 내는 일을 도와 드린 기억이 나서였습니다.


  11시23분 해발 741미터의 봉황산을 올랐습니다.

표지석 옆에 세워놓은 배낭을 카메라에 옮겨 담은 후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 응달진 곳에서 10여분을 쉬었습니다.  이번 산행에서는 어떻게 더위를 달래가며 산행을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칫 무리해 더위를 먹으면 남은 여름 내내 정상적인 산행이 힘들 것 같기에 무리해서는 안 되겠기에 말입니다.


  12시37분 500미터대의 무명봉에서 점심을 들면서 20분 가까이 휴식을 취해 피로를 풀었습니다. 봉황산을 출발해 이곳까지 2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느라 조금은 힘이 들었지만 다행히도 때때로 바람이 불어 왔고 그늘진 길이  생각보다 길어 땀을 덜 흘린 편이었습니다. 고도가 낮아지자 하루살이의 끈질긴 동행이 시작되어 이들을 쫒느라 귀찮고 성가셨습니다.


  13시 30분 해발 427미터의 비재에 내려섰습니다.

내려서기 직전에 낙엽송과 잣나무들이 만든 시원한 숲을 그냥 지나기가 아쉬웠습니다. 비재 길은 상주시 화남면의 동관과 장자벌을 잇는 왕복 2차선의 포장도로인데 5분간을 머무르면서 차 한대도 보지 못할 정도로 한가한 길입니다. 그래도 장자벌과 동관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이 서로 만나 고개 마루는 시원했습니다.


  14시1분 510봉에 도착했습니다.

비재에서 길 건너 철계단에 발을 들여  낙엽송과 잣나무 숲이 만든 그늘진 길을 따라 20분 넘게 걸어 올랐습니다. 510봉에서 조금 내려가 평평한 곳에서  등을 눕히고 눈을 감자 잠시 잠이 스쳐 갔습니다. 눈을 뜨자 나무 잎 사이로 하늘이 빠끔히 보였고 창공을 나는 비행기소리가 제 철을 만난 매미소리에 눌려 아주 작게 들렸습니다. 15분간의 휴식시간이 제게는 모처럼 맞는 평화의 시간인 것은 여기 산속에서 누구하나 미워 할 사람도 없고 무엇 하나 고민할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14시32분 큰 바위 조망처에서 사진 몇 장을 찍었습니다.

남쪽으로는 이제껏 걸어온 대간의 마루금이 봉황산과 함께 보였고 북쪽으로는 형제봉과 갈령 너머 두루봉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먼발치 남서쪽의 고산이 구병산이고 북서쪽의 고봉이 속리산의 천황봉인 듯싶었습니다.


  15시33분 대간 길에서 유일한 늪지로 알려진 못재에 다다랐습니다.

못재에 이르기 까지 4-500미터대의 몇 개의 봉우리를 연속해 오르내리느라 진땀을 흘렸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왼쪽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풀밭으로 내려서 봤지만 늪을 찾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나무 그늘 밑에서 잠시 머무르는 사이에 모기를 많이 쐰 것으로 보아 늪지대가 가깝게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못재가  대간 길의 유일한 늪지라면 지리산 세석평전의 늪지대와 이화령-백화산 구간의 연못은 왜 제외 되었는가 궁금했습니다.


  15시47분 헬기장을 지났습니다.

헬기장을 지나자 제가 사는 과천시의 시청산악회 표지리봉이 걸려있어 반가웠습니다. 7월전에도 월 2주는 토요일에 쉬어서인지  대간 길을 뛰는 관공서 산악회의 표지리봉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7월부터 매주 토요일 휴무이기에 공무원들의 대간종주가 더욱 활성화될 것 같습니다.


  16시10분 암릉 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아침에 만난 대구분을 다시 만났습니다.

두 곳의 암릉 길을 우회, 내려섰다 다시 올라서느라 안간힘을 썼습니다. 나흘 전 지리산의 만복대 구간을 종주할 때에는 고도가 1,400미터대로 높아서인지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더위를 견딜 만 했는데 어제는 고도가 낮아서인지 시원한 바람한번 제대로 못 만나 더욱 지쳤고 쉬는 횟수도 늘어났습니다.


  16시 34분 갈령삼거리에서 대간 종주를 마치고 오른쪽의 갈령고개로 하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10월 이곳 갈령삼거리에서 백두대간을 시작했던 터라 구병산9.6Km/형제봉700미터의 표지판이 눈에 익었습니다. 하산 길도 그리 만만치 않았습니다. 암릉 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급했습니다.


  17시 16분 해발 443미터의 갈령고개마루로 내려서 약 9시간의 하루산행을 끝냈습니다.

화북에서 18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짬을 내어 가까운  계곡을 찾았습니다. 냉수욕을 마치고 새 옷으로 갈아입자  온 몸의 피로가 가시고 날아갈 듯 기분이 상쾌해졌습니다. 시내버스로 상주까지 가서 동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은 후 큰 아들에 무사산행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어제는 더위와 힘겹게 싸운 하루였습니다.

초반 화령재에서 비재까지는 지도상의 시간과 같은 약 4시간 만에 종주를 해냈는데 후반의 비재에서 갈령삼거리까지는 많이 지쳐 지도에 적혀 있는 시간보다 40분이 더 걸려 3시간 만에 마쳤습니다. 후반 들어 찜통 같은 더위에 여러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느라 땀을 많이 흘려 지쳤지만 그래도 어제는 더위와의 싸움을 잘 이겨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갈령계곡에서 냉수욕을 하고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더위가 싹 가셔 빠른 시일 안에  대간 길 다시 이어가야겠다는 욕망이 일었기 때문입니다.


  이 여름의 최상의 선물은 한여름에도 쉬지 않고 대간 길을 이어갈 수 있는 건강이라 생각하며 졸고를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