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종주기36(도래기재-차돌배기)

시인마뇽 2007. 1. 3. 10:53

                                         백두대간 종주기36

 

                      *대간구간:도래기재-구룡산-곰넘이재-신선봉-차돌배기

                      *산행일자:2005. 6. 5일

                      *소재지  :경북봉화/강원영월

                      *산높이  :구월산1,346미터

                      *산행코스:도래기재-구룡산-곰넘이재-신선봉-차돌배기-애당리

                      *산행시간:11시19분-18시40분(7시간21분)

                      *동행      :송백산악회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오지를 대간종주로 가볼 수 있어 좋겠다는 아는 이의 시샘어린 한 마디 말대로 어제는 오지 중의 오지의 산을 찾아  백두대간을 종주했습니다. 옛날에는 호랑이가 나타났다던 경북 봉화의 춘양면에 소재한 도래기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강원 영월의 상동읍과 경계를 이루는 도래기재-구월산-차돌배기 구간의 백두대간을 밟은 후 춘양면의 애당리로 하산해 어제 하루 산행을 마무리 졌습니다.


  경북 최북단에 위치한 봉화군은 83%가 산림이고 남한에서 일년 중 평균기온이 가장 낮은 곳으로 한국의 시베리아로 불리는 오지중의 오지인데, “억지춘양”의 어원을 제공한 춘양면이 이곳 봉화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영동선을 개설할 때 억지로 춘양을 지나게 했다하여 유래된 억지춘양은 무리하게 일을 추진함을 뜻하며, 이곳에서 자라나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억지춘양으로 개설된 춘양역을 통하여 서울로 옮겨졌다 하여 춘양목으로 불린다 합니다.


  잠실을 출발해 도래기재에 다다르기까지 3시간 동안 옆자리의 여성회원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느라 지루한 줄 몰랐습니다. 아름다운 산행기를 올리고 있는 이분의 문학적 상상력을 못내 부러워하고 있는 제가 어제 모처럼 오래 잊었던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제 경우 산행기를 쓰느라 오랫동안 잠재웠던 언어들을 다시 찾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11시19분 도래기재를 출발했습니다.

동물통로를 마련하고자 인공터널 공사가 진행 중인 도래기재에서 북동쪽의 구룡산을 향해 산 오름을 시작했습니다. 30여분을 걸어 첫 번째 임도에 다다르자 잘생긴 소나무 한그루가  길안내를 해주었습니다. 제선충의 공격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소나무를 어떻게 구출하느냐가 긴급한 국가적과제인데 부산시 환경단체들의 극심한 반대를 극복하고 처음에 적극적으로 항공방제를 했었다면 원천봉쇄할 수 있었던 것을 그리하지 못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천성산 터널공사중단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도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행정당국이 결코 아무런 책임도 질 수 없는 시민단체에 밀려 해야 할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닌 가 염려되었습니다.


  12시 47분 1256봉 중턱에서 짐을 풀고 숨을 골랐습니다.

26분전에 지나온 두 번째 임도에서 시작된 오름길의 경사가 그리 심하지는 않았지만 시간 반 가까이 쉬지 않고 오르내림을 계속하느라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목이 말랐습니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이 멀리 오지의 산을 찾아 올만한 관광객이 있을 까 싶은

구룡산에 이르는 길은 흙길이어서 발걸음을 옮겨 놓을 때 마다 폭신한 감촉이 발바닥에 그대로 전해져 좋았습니다. 지난주와는 달리 나뭇잎들에 자리물림을 확실히 한 야생화들을 좀처럼 길섶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 아쉬웠지만 때가 되면 이 산의 주인공들을 무리 없이 바꿔나가는 자연의 섭리에 고개 숙여졌습니다.


  13시30분 해발 1,346미터의 구룡산에 올랐습니다.

1256봉과 두개의 봉우리를 우회해 구룡산 정상에 다다르기 까지 몇 곳의 돌길을 밟으며 고도를 높여 나가 1,300미터대에 올라서자 그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몇몇 야생화들이 제 모습을 다시 드러내 반가웠습니다. 구룡산 정상은 헬기장이 들어서있어 시야가 탁 트여 좋았으며, 북동쪽 먼발치로 함백산의 군사기지가 확연히 눈에 들어와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13시58분 구룡산에서 하산을 시작하여 신선봉으로 향했습니다.

곳곳에 멧돼지가 흙을 파헤친 흔적이 뚜렷한 길을 따라 하산하는 중 거제수나무를 여러 그루 보았습니다. 지난번에 오른 선달산의 대표적 수종인 거제수나무는 줄기가 붉은 색으로 되어 있는 자작나무과의 수종으로 다른 산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희귀한 나무인 듯싶습니다. 산나물채취와 더덕 캐기에 열중인 동행한 몇 분들이 부러운 것은 이릴 저 일을 다 하면서도 오직 걷는 데만 열중인 저를 앞서는 그들의 주력이었습니다.


  14시47분 B코스로 갈리는 곰넘이재를 지났습니다.

곰넘이재에 세워진 “참새골입구”표지목이  구룡산 5키로, 참새골 6키로, 차돌배기는 6키로 남아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널찍한 방화선 길을 따라 오르는 중 고귀한 자태를 내보인 하얀 꽃의 산목련을  메모리 용량이 다해 카메라에 옮겨 담지 못해 정말 아쉬웠습니다. 곰넘이재를 출발한지 30분이 채 못 되어 다다른 산 목련이 만개한 고개마루에서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암 더덕과 숫 더덕을 식별하는 후미대장님을 비롯해 산나물에 일가견을 갖고 있는 동료 분들이 채취한 당귀의 냄새를 맡아보고 떡취와 참나물을 일별했습니다.


  15시38분 곰넘이재에서 1.9키로를 걸어올라 신선봉에 섰습니다.

방화선이 끝나는 지점의 산소를 지나자 허리를 넘는 산죽이 밭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 산죽 밭을 가르며 난 길을 따라 10분여 오른 다음 마지막 7-8분을 더 올라 신선봉에 다다랐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에 애당리에 도착할 것 같아 쉬지 않고 바로 차돌배기로 향했습니다. 이제 고생 끝이라는 선두대장님의 무선통화내용과는 달리 한 시간 가까이 3-4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려 애당리로 하산하는 갈림길인 차돌배기에 다다르기 까지 적지  않게 힘이 들었습니다.


  16시31분 이번 산행의 대간 길 끝 지점인 차돌배기에 도착했습니다.

신선봉에서 4.1키로 거리에 자리한 이곳 차돌배기에서 다음에 오를 태백산까지는 10키로 거리라니 도래기재에서 태백산까지 25키로가 넘어 하루에 뛰기에는 제게는 무리임이 확실하기에 도래기재-화방재 구간을 두 번으로 나눈 산악회가 고마웠습니다. 잠시 목을 축이며 같이 쉬는 몇 분들과 물의 중요성에 대해 몇 마디 나누었습니다. 일본의 물 연구가인  마사루는 그의 저서“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서 물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있다고 말합니다. 물의 육면체결정이 물에 고마움을 표하면 곱게 보존되는데 욕을 하면 결정이 깨지고 일그러져 보기 흉하게 변해 감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몸이 70%이상이 물로 채워져 있음을 알고 있다면 매일 매일 만나는 분을 미워하거나 싫어할 일이 아님을 그 분은 사진을 통해 일러주고 있습니다.


  16시 45분 우측으로 난 석문동행 길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걸어내려 오면서 춘양목의 진면목을 보았습니다. 하늘을 향해  곧게 솟은 아름드리 적송들이 도열해 있는 하산 길을 30분 넘게 걸으면서 우리의 소나무가 저리도 장대할 수 있구나 감탄했으며, 어떻게 제선충의 공격을 막아낼 것인가 걱정되었습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골이 깊으면 그 골을 내 닫는 물 또한 맑고 수량이 풍부하기에 하산 길의 대간꾼들이 냉탕의 유혹을 받곤 합니다. 어제도 예외는 아니어서 애당리의 가까이의 계곡에서 냉탕을 즐기느라 20여분은 까먹었습니다.


  18시40분 예정보다 50분 늦게 제일 후미로 애당리 동리정에 도착했습니다.

벌써 식사를 끝내고 버스출발을 기다리는 분들에 죄송함을 무릅쓰고 게눈 감추듯이 밥한 그릇을 후딱 해치웠습니다. 백두대간 종주기를 시집으로 펴낸 시인 이 성부님의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고”라는 시집 의 제목처럼 애당리의 앞산이 큰 산을 가려 구룡산과 신선봉을 잇는 대간 줄기를 조망할 수 없었는데 얼마 후 버스를 타고 애당리를 빠져나와 뒤돌아보자 대간 길이 잠시 눈에 잡혀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자정을 넘어 과천 집에 도착해 하루산행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산을 오르면서도 산과 맞대응하지 않고 산을 이루는 숱한 구성원의 하나로서 자리매김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산행기를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