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종주기38(화방재-싸리재)

시인마뇽 2007. 1. 3. 11:01
                                                 백두대간 종주기38

 

                              *대간구간:화방재-만항재-함백산-싸리재

                              *산행일자:2005. 7. 3일

                              *소재지  :강원태백/정선

                              *산 높이 :함백산1,573미터

                              *산행구간:화방재-수리봉-만항재-함백산-중함백-은대봉-싸리재

                              *산행시간:11시16분-16시20분(5시간4분)

                              *동행       :송백산악회

 



  어제는 빗속의 산길을 5시간 넘게 걸어 함백산을 지나는 백두대간을 종주했습니다.

함백산은 해발 1,573미터의 남한 제 6위의 고산으로 영조의 실학자 신경준이 그의 저서 산경표에 “크고 밝은 뫼”라 하여 대박산으로 명명한 유서 깊은 산입니다. 한 때 전국 최고의 탄광지로 명성이 높았는데 이제는 고원의 이점을 활용해 고랭지 채소의 주산지이자 국가대표 선수들의 고원전지 훈련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함백산은 이번이 두번째로 오르는 것이지만 두 번 모두 큰 비를 만나 산세를 조망하지 못하고 산행을 끝내 아쉬움이 컸습니다.


  매년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계속되는 장마 덕분에 어제는 올 들어 처음으로 비를 흠뻑 맞고 함백산에 드리운 구름 속을 마냥 거닐었습니다. 고온다습한 남쪽의 북태평양기단과 냉하고 습한 북쪽의 오호츠크해기단이 서로 만나 생성된 장마전선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비가 내리는 장마는 양 기단 중 어느 기단의 세력이 더 강한가에 따라 이 전선이 북으로 또는 남으로 이동하며 한 반도 전역에 골고루 비를 뿌려주기에 저는 때 맞춰 이 땅을 찾아주는 장마에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11시16분 해발 950미터의 화방재에서 산 오름을 시작했습니다.

목장초지를 지나 잎갈나무 숲 속으로 들어서자 새 한마리가 비를 맞으며 노래했습니다.. 비가 오면 모든 새들이 노래를 멈추고 숲 속으로 숨어드는데 이 새만은 계속 짖어대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화방재 출발 33분 만에 해발 1,214미터의 수리봉에 올랐습니다. 잎깔나무 숲이 끝나자 된비알의 오름길이 시작되었지만 장마 비로 날씨가 선선해 그리 힘들지 않았습니다. 참나무가 시야를 가리는 수리봉에서 산세를 제대로 조감할 수 없어 쉬지 않고 산행을 계속했습니다.


  12시21분 능선 길에서 짐을 풀고 숨을 골랐습니다.

비옷을 입고 산을 오르자 온 몸이 후덥지근하고 땀이 계속 흘러 잠시 쉬는 사이 비옷을 벗어 넣고 산행을 계속했습니다. 얼마 후 국가시설물을 지나자  바로 넓은 차도가 나타나 그 길을 따라 만항재로 내려갔습니다.


  12시40분 포장된 차도가 연결되는 고개 마루 중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해발 1,330미터의 만항재로 내려섰습니다. 길을 건너 쉼터가게에서 맥주 1캔을 사 넣은 후 오른 쪽으로 난 큰 길을 따라 4-5분 진행하다가 다시 돌아오느라 약 10분간 알바를 했습니다. 만항재에 내려서 길을 건너지 말고 왼쪽 밑으로 확 꺾어 내려가다가 오른쪽으로 난 들머리로 들어서야 하는 데 길을 건넌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12시 54분 함백산 들머리로 들어섰습니다.

2년 전 산행 시 점심을 들었던 넓은 공터를 지나 10분을 더 걷자 만항재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다시 만났습니다. 이 도로를 건너 숲 속으로 들어서 비를 어느 정도 가릴 만한 곳에서 일행들과 함께 점심을 들었는데 어느 여성회원 한분이 준비해온 양치 쌈으로 모처럼 포식을 했습니다. 점심을 들면서 20분 가까이 취한 휴식을 끝내고 함백산 정상을 향해 산 오름을 계속했습니다.



  14시16분 해발 1,573미터의 함백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점심 식사를 끝내고 15분여 잘 정돈된 돌길을 따라 오르자 숲이 끝나고 너른 평원이 전개되었습니다. 막힘없이 불어대는 바람이 실고 온 빗줄기를 맞으며 평원을 갈라 정상에 올라서자 일행 한 분이 등정기년사진을 찍어 주어 고마웠습니다. 비바람이 드세고 안개로 시야가 가려 오래 머무르지 않고 중함백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14시50분 1,508미터의 중함백을 지났습니다.

함백산 정상에서 내려서 철조망 울타리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자칫 잘못하면 길이 미끄러워 철조망으로 넘어질 까 조심스레 발을 내 딛었습니다. 이곳 함백산에도 소백산이나 태백산과 마찬가지로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주목들의 군락지가 들어서있었는데 군락지인  안부에서 15분여 걸어올라 중함백에 다다랐습니다.


  15시28분 해발 1,260터의 제 1쉼터에서 짐을 내려놓고 쉬었습니다.

중함백에서 제 2쉼터로 내려서는 길로 들어서자  잽싸게 길을 건너 숲 속으로 사라진 토끼에 이어 새 한 마리가 앞질러 길을 건너 또 숲 속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과연 숲은 이들 짐승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은둔지라는 생각이 들자 숲의 오지랖이 마냥 넓게 느껴졌습니다. 사거리안부인 제2쉼터에서 18분을 걸어 다다른 제1쉼터를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워 맨 꼴찌의 일행 2분들과 함께 이곳에서 짐을 내려놓고 중함백을 뒤돌아보았습니다. 때 마침 안개가 가셔 중함백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의 실루엣이 분명하고 포근하게 다가왔습니다.


   16시 정각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정암터널이 바로 밑을 지나는 해발 1,442미터의 은대봉에 올라 삼각점을 확인했습니다. 제1쉼터에서 시작된 산 오름은 된비알은 아니지만 20여분 계속되어 조금은 지루했습니다. 같이 오른 여자 분의 허밍송이 그분의 나이를 짐작케 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고 그토록 젊게 보이는 비결이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16시20분 싸리재로 내려서 5시간 남짓한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우중산행의 멋은 구름 속에 제 모습을 숨겨 신비로움을 더하는 산속을 걷는데 있습니다. 함백산은 물론하고 인근의 장산이나 태백산을 제대로 조망하지 못해 조금은 섭섭했지만, 시원한 비바람을 맞으며 안개속의 산길을 걷는 순간 마치 제가 제우스신이라도 된 듯 마냥 날씨에 조화를 부리는 꿈의 세계에 들어선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싸리재로 내려서자 버스가 보이지 않아 어떻게 검룡소주차장으로 가야하나 걱정하며 현실세계로 다시 돌아 왔음을 깨달았습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