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구간:구룡령-갈전곡봉-1061봉-조침령
*산행일자:2005. 11. 20일
*소재지 :강원 홍천/인제/양양
*산높이 :갈전곡봉1,204미터
*산행코스:구룡령-갈전곡봉-왕승골삼거리-1061봉-바람불이삼거리-
조침령-쇠나드리휴게소
*산행시간:9시27분-17시50분(8시간23분)
*동행 :송백산악회
구룡령-조침령 구간의 21키로 대간 길을 8시간 안에 모두 밟아 겨울에로의 연착륙에 성공했습니다. 작년 11월21일 충북 괴산의 821봉-희양산-시루봉구간의 대간종주에 나서 겨울에 첫 발을 들이고자 하였으나 끝내 희양산을 오르지 못하고 중간에 하산했고 그 후 겨울 산행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는데 어제는 올 겨울의 첫 번째 대간종주에 성공해 앞으로의 겨울나들이가 순조로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새파란 하늘이 냉기를 뿜어내고 나뭇가지를 흔들어 대는 삭풍이 가슴팍으로 파고드는 대간 길을 종주해 겨울에로의 연착륙에 성공한 제게 이 겨울이 전해준 메시지는 앞으로 겨울을 멀리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그토록 열심히 산을 찾은 산객들이 겨울 들어서는 눈꽃 축제만 죽어라고 쫓아다닐 뿐 봄과 여름 내내 모든 산 식구들에 보금자리를 제공했고 가을 들어 마지막으로 온몸을 불살라 단풍세러머니를 치러내느라 줄기와 가지만으로 외롭게 산을 지키는 나무들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면 설사 이번에 연착륙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봄이 되어 때맞추어 이륙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래서 올 겨울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월 2회 대간 종주에 나서 겨울산과 보다 가깝게 지내볼 생각입니다.
새로운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착륙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 연착륙에 실패하면 깨지고 부서져 다시 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연착륙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철저한 프로그램과 이를 실천하겠다는 결연한 의지, 그리고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허술한 로드맵과 경직된 사고나 교조화된 신념만으로는 상당한 지식과 기술을 요하는 랜딩 기어를 제대로 작동할 줄 몰라 돌발사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기에 결코 소프트랜딩을 할 수 없다 함은 그동안의 역사가 일러주고 있습니다. 가을에서 겨울에로 연착륙에 성공해야 겨울산행이 즐거울 수 있는데 이 또한 철저한 준비와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때보다 한 시간 일찍 출발하고 출발 전 진드기의 피해를 강조, 대원들이 스스로가 쉬는 시간을 줄이도록 해 몇 십 곳의 높고 낮은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21키로의 구룡령-조침령 구간종주를 어둡기 전에 마칠 수 있게 한 산악회의 철저하고도 유연한 프로그램 덕분에 올 겨울 들어 첫 발을 내딛은 어제의 대간 종주를 성공리에 끝냈음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아침 9시27분 해발 1,013미터의 구룡령에서 생태다리 오른 쪽으로 치켜 올라 대간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다른 날보다 한 시간 일찍 잠실을 출발해 어둠을 가르며 경기도와 강원도 땅을 3시간 반 가까이 달려와 홍천군 내면에서 양양군 서면을 잇는 56번 국도의 구룡령에 올라서자 북동쪽에 점잖게 자리 잡은 설악의 대청봉과 서북주능이 어서 오라고 손짓해 가슴이 뛰고 설렜습니다. 얼핏 지도를 보고 고도차가 별로 없는 평평한 능선 길이다 생각했는데 막상 산행을 시작하니 그리 만만한 길이 아니었습니다. 대간 길만 21키로이고 또 주차장까지 2키로 걸어야 하므로 총 23키로의 산길을 8시간 안에 모두 밟아 해지기 전에 끝낼 수 있도록 발걸음을 서두르지 않으면 작년처럼 중간에 하산해야 하기에 초반부터 속력을 냈습니다. 1100봉과1121봉을 차례로 지난 후 표지목이 세워진 치밭골령에 올라서면서도 지도상에 나와 있는 샘터를 확인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아쉬웠습니다.
10시46분 해발 1,204미터의 갈전곡봉 삼거리에 올라섰습니다.
구룡령에서 갈전곡봉에 올라서기까지는 많은 회원들이 오름길에서 정체되어 중위의 대원들과 별 시간차이 없는 듯 했습니다. 구룡령에서 올라온 길이 3.4키로 인데 조침령 못 미쳐 쇠나드리까지만도 12.7키로 남았다는 표지판을 보고 오래 쉬지 못하고 자리에서 바로 일어섰습니다. 가칠봉으로 이어지는 길이 남서쪽으로 잘 나있어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대간 길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갈전곡봉 삼거리에서 경사진 길을 따라 깊은 안부로 내려섰습니다. 이 안부에서 다시 봉우리로 올라서는 저의 목 줄기를 등 뒤에서 내리쬐는 태양이 따사롭게 느껴져 어느새 햇볕이 잘 드는 양지를 고마워하는 겨울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했습니다. 갈전곡봉 출발 후 40분지나 “현리426”의 삼각점이 설치된 봉우리에서 오른 편을 내려다보자 구룡령으로 이어지는 56번 도로가 한 눈에 잡혔는데 고개 길이 우리네 인생길처럼 한껏 굽이져 있어 바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12시24분 968봉에 못 미쳐 평해손씨 묘지에서 점심을 들면서 20분 가까이 쉬었습니다.
10분전에 지나온 십자안부 왕승골 갈림길은 야영지로 적합한 곳이기에 지형지물을 눈여겨 보아두었습니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왕승골을 만나고 왼쪽 조경동 방향으로 5분정도 내려가면 샘물이 있다는데 갈 길이 바빠 들러보지 못하고 바로 968봉으로 산 오름을 계속하다 앞장 선 몇 분들이 묘지에서 식사를 하고 있어 저도 합류해 점심을 들었습니다. 갈전곡봉까지만 해도 후미로 쳐지지 않았는데 그새 많은 분들이 저를 추월했습니다. 지난 번 진고개-신배령 구간을 종주 할 때 가장 늦게 내려와 다른 분들을 기다리게 한 전과가 있기에 이번 산행은 늦지 않고자 서둘렀는데도 후미로 쳐지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습니다.
13시2분 GPS수신을 돕기 위해 나무들을 베어내고 삼각점을 세운 968봉에 올라섰습니다.
묘지를 출발해 봉우리 바로 밑에 산죽이 떼를 이루고 있는 푸른 숲길을 걸었습니다. 온 산이 푸르렀던 한 여름에는 산죽 길에 그리 눈이 가지 않았는데 잎이 다 떨어져 회색의 나무들만 댕 그러니 산을 지키는 겨울에는 푸르른 산죽길이 돋보였습니다. 비교적 평탄한 길을 30분간 더 걸어 다다른 봉우리의 작은 공터를 싸리나무들이 에워싸 따뜻한 느낌이 드는 헬기장에 올랐습니다. 이 헬기장을 지나 연가리골 샘터 갈림길로 내려서기까지 야생화를 극진히 사랑하는 자운영님과 꽃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산을 오르내리랴 야생화와 대화하랴 정신없이 산행을 했을 그 분에게는 차라리 겨울산행이 보다 여유로울 수 있겠다싶었습니다. 날 것과 익힌 것이 자연과 문명의 차이라는데 들꽃과 집 꽃의 가름도 그러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3시50분 연가리골 샘터 갈림길을 지났습니다.
조침령을 8.2키로 남겨 둔 연가리골샘터 갈림길을 14시가 못되어 당도하자 어둡기 전에 조침령에 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쉬면서 목을 축였습니다. 오르막길을 치받아 올랐다가 내려서는 길에 아직도 다 자라지 못한 전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푸르른 길을 지났습니다. 구룡령-조침령 구간의 산에는 넓은잎나무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좀처럼 바늘잎나무등의 늘푸른나무들을 거의 볼 수가 없어 온통 산색이 회색이었습니다. 그러기에 간간히 초록색의 전나무나 산죽 숲을 지나면 가슴이 후련하고 기분이 삽상해졌습니다. 혹시나 이 산길에 유독 진드기가 많은 것도 끈끈한 송진을 내는 소나무가 드물어서가 아닌 가하는 생각이 들어 좀더 조사해보고자 합니다.
14시52분 1061봉에 다다랐습니다.
연가리골 샘터에서 20분을 걸어 956봉에 올랐다가 급경사로 내려간 다음 완만한 길을 올라 다다른 넓은 공터의 1061봉에 이르기까지 다시 40분 넘게 걸렸습니다. 나이 먹고 비틀려 캐내기 직전의 과일나무를 옮겨 놓은 듯 꾸부러진 고목들이 양 옆에 즐비한 길지 않은 돌 가닥 길을 지나며 까마귀의 우는 소리를 듣자 여름 한 낮 어김없이 지져댔을 다른 새들은 다 어디 갔는지 새삼 궁금해졌습니다. 다시 15분가량 걸어 푸른 산죽 밭과 단풍군락지를 지나 다다른 한 봉우리에서 오른 쪽으로 확 꺾어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조심해서 걸어 내려갔습니다. 다시 봉우리에 올랐다 또다시 내려가 700미터대의 안부에 다다르자 선발대가 해놓은 듯한 탈출로표시가 처음으로 보였습니다.
16시11분 위 탈출로에서 30분 남짓한 동안 몇 개의 봉우리를 더 오르내려 한 봉우리로 올라서 왼쪽으로 진행하면서 큰 도로가 나있는 조침령으로 짐작되는 고개가 가깝게 보였는데 그곳까지 시간 반이면 충분히 도착할 것 같아 안심이 됐습니다. 이곳에서 23분을 걸어 한 봉에 올랐다가 경사도 그리 급하지 않은 내리막길에 밧줄로 가드레일을 쳐 놓아 편하게 바람불이 안부로 내려섰습니다.
16시 43분 왼쪽 쇠나드리로 빠지는 안부인 바람불이삼거리를 지났습니다.
앞섰다 뒤섰다 해오던 몇 분들이 바람불이삼거리로 되돌아가겠다며 멈춰 서있어 혼자서 조침령으로 내달려 17시 정각 제법 큰 바위에 올랐습니다. 서쪽으로 숨 가쁘게 산을 넘으며 붉은 빛을 토해내는 석양의 장엄한 해넘이를 지켜보았습니다. 이곳에서 16분을 뛰어 도로로 내려서자 주차장으로 안내하는 산악회의 표지기가 걸려있어 마음이 놓였습니다.
17시 24분 조침령 표지석에서 조금 더 올라가 점봉산 들머리를 확인한 후 대간 종주를 마쳤습니다. 총 7시간 57분 만에 종주를 마쳐 지도상의 8시간 55분보다 1시간을 앞당긴 셈인데 한마디 투정 없이 21.3키로를 걸어온 두 다리가 한없이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빨리 이 구간을 통과하지 않으면 공격해올지도 모를 진드기가 두 다리를 쭉 뻗고 퍼지고 쉬는 것을 막아 예상보다 빨리 산행을 끝낼 수 있었기에 진드기에도 고마운 뜻을 전하고자 합니다. 땅거미가 막 드리기 시작한 저녁어름에 하루 일과를 무사히 마치고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도로를 따라 저 혼자 터벅터벅 걸어 내려오면서 절로 흥이나 한껏 목청을 돋우고 요델송 “아름다운 베르네”를 소리 높여 불렀습니다.
17시50분 주차장에 도착해 맛있게 저녁을 들은 후 귀성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휴게소에서 맥주 한 캔을 사 들어 다시 한번 겨울에로의 연착륙을 자축했습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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