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금남정맥 종주기

금남정맥 종주기 6 (물한이재-월성봉-대둔산마천대)

시인마뇽 2007. 3. 10. 17:00

                                        금남정맥 종주기 6


                   *정맥구간:물한이재-월성봉-대둔산마천대

                   *산행일자:2007. 3. 8일

                   *소재지  :충남논산/전북완주

                   *산높이  :대둔산879미터/월성봉651미터/바랑산555미터

                   *산행코스:물한이재-바랑산-월성봉-826봉

                             -대둔산마천대-대둔산국민관광단지

                   *산행시간:9시25분-17시55분(8시간30분)

                   *동행    :쌍용제지 이 석범사우

 

 

  매년 반복되는 꽃샘추위를 기상이변으로 볼 수 없듯이 능선 길 나뭇가지에 맺힌 꽃망울을 억누르고 상고대를 꽃피우는 춘삼월의 변덕스런 기후 변화를 단순히 떠나가는 겨울의 심술정도로 이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난 3월1일 꽃망울을 조심스럽게 터트린 진달래꽃을 바라보면서 이 꽃들이 올 봄이라고 꽃샘추위를 피해갈 수 있겠나 싶어 걱정했었는데 꼭 한 주 만에 다시 찾은 금남정맥 산길에서 꽃샘추위가 불러들인 때늦은 눈이 대둔산 산자락을 하얗게 덮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상가까이에는 봄 꽃 대신 상고대가 나뭇가지에 활짝 피어 있어 모처럼 꽃망울을 터뜨린 봄꽃들이 모진 시련을 겪고 있음도 함께 보았습니다. 이처럼 한반도에서는 꽃샘추위가 봄 날씨의 한 유형으로 자리잡아왔기에 3월의 꽃나무들은 어차피 열흘을 넘기지 못하는 화무십일홍의 꽃들을 먼저 내보내 꽃샘추위의 강도를 점검한 후 여름 내내 나무들을 푸르게 치장할 잎파랑이를 나중에 내보내는 것이 자연의 로고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종주산행은 작년11월 한남금북정맥의 마지막 구간인 속리산을 함께 오른 쌍용제지의 한 친구와 함께 했습니다. 아침 6시 반에 강남터미널을 출발한 저희들은 8시15분 경 안개가 자욱한 논산시내에 도착해, 택시로 옮긴 시내버스정류장에서 8시 20분을 조금 지나 양촌 행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전날 내린 눈이 논밭을 하얗게 덮어 시골의 아침 길이 한층 정겹게 다가왔습니다. 양촌에서 5천원을 들여 물한이재까지 다시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아침9시25분 물한이재를 출발해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깎아지른 절개면에 하얗게 쌓인 눈이 초장부터 이번 산행을 힘들게 했습니다. 펜스 안으로 들어서 절개면 중간쯤에 30도가량 오른 쪽으로 비스듬히 난 길은 평상시면 쉽게 오를 수 있으련만 눈이 살짝 덮인 빙판 길로 변해 아이젠을 했어도 미끄러졌습니다. 이 길을 따라 절개면 꼭지점에 다다르기가 무리인 것 같아 포기하고, 벌곡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다 만난 물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치켜 올랐습니다. 길이 아닌 곳을 나뭇가지를 붙잡고 10여분을 올라 오른 쪽에서 이어오는 정맥 길에 합류하기까지 아무도 걷지 않은 눈 덮인 산속에 새롭게 발자국을 내며 올랐습니다. 산행시작 반시간만에 426봉에 오르자 오른 쪽 산 아래로 향적산에서부터 지켜본 탑정호가 선명하게 보였고 북쪽 멀리 계룡산이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이번 산행에서 생각지도 못한 복병은 그물식아이젠이었습니다.

이제까지 아무 탈 없이 잘 써온 아이젠이 까탈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정맥 길로 접어들어 눈길을 걷고부터였습니다. 내린지 며칠이 지나 다져진 눈 위를 걷는 데는 제 성능을 100%발휘해온 그물식아이젠이 미쳐 다져지지 않은 신설 위를 걷자 접착제를 발라놓은 듯 눈과 낙엽이 아이젠에 꽉 달라붙어 마치 굽이 높은 나막신을 신은 것처럼 뒤뚱대어 자칫 잘못하면 발목을 곱 지르기가 십상이겠다 싶었습니다. 2-3분마다 아이젠에 붙은 눈을 털어내다가 결국 아이젠을 벗고 426봉에 올랐으나 이 봉우리에서 작은물한재로 내려서는 길이 가느다란 로프를 잡고 내려가야 할 정도로 가팔라 다시 아이젠을 차고 바위 길을 내려서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바위 길을 지나 능선 길을 걷다가 앞선 친구의 발자국을 따라 딛고 걸어도 엉겨 붙는 눈 덩이를 당해낼 수 없어 440봉에 이르기 직전에 아이젠을 벗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11시30분 해발 555미터의 바랑산을 올랐습니다.

작은물한재에서 340봉과 421봉을 차례로 오르내린 후 너럭바위지대를 지나 월성봉정상 1.46Km의 이정표가 있는 440봉에 도착한 시각이 11시3분으로, 아이젠에 붙은 눈을 털어내며 걷느라 생각보다 반시간 가까이 늦어져 이 속도로는 이번 종주의 끝 지점인 배티재까지 진출할 수 없을 것 같아 걱정됐습니다. 440봉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전진하다가 만난 전망바위에서 오른 쪽 아래로 내려다 본 양촌 벌이 시원스레 보였습니다. 바랑산 정상의 좁은 공터에 삼각점이 박혀 있어 지도상의 위치확인이 쉬웠습니다. 바랑산에서 법계사 갈림길에 이르는 길은 오른쪽 면이 천애절벽인 능선 길이 대부분이어서 전망이 일품이었고 오른 쪽 아래 산기슭에 자리한 법계사 사찰도 똬리 모양을 하고 있어 독특해 보였습니다.


  12시30분 해발 651미터의 월성봉에 올라 점심을 들면서 20분 넘게 쉬었습니다.

법계사갈림길에서 0.26Km 남은 월성봉을 오르는 길은 가팔랐습니다. 처음으로 눈길을 걷는 저희들보다 한 발 앞서 이 길을 밟은 산토끼(?)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보여 길 찾기가 수월했습니다. 가파른 오름길을 갈지자를 그리며 올라서자 아주 넓은 헬기장이 나타났고 헬기장 끝 지점에서 몇 발자국을 더 걸어 정상석이 서있는 월성봉에 이르렀습니다. 김밥과 곰탕면으로 빈 배를 채운 후 12시52분에 월성봉을 출발했습니다. 월성봉에서 4-5분을 걸어 다다른 흔들바위에 올라선 친구를 카메라에 담고 나서 무수재를 향하여 내리막길로 들어섰습니다. 잠시 후 전망바위 삼거리에 다다라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자 직벽의 능선 길이 아찔해보였습니다. 전망바위 삼거리에서 가파르게 내려선 곳이 오른쪽으로 양촌 길이 갈리는 안부삼거리로 여기에서 수락계곡방향으로 직진해 암릉길을 지나고 추락방지용 목책이 있는 전망쉼터에 다다라 양촌에서 올랐다는 한 분을 만났습니다. 가파른 계단 길을 부지런히 걸어 내려가 안부사거리인 무수재 고개에 다다른 시각이 13시35분으로 바랑산에서 이곳 무수재까지 오른 쪽 면이 천길 낭떠러지가 대부분인 능선 길을 2시간 여 걸은 셈입니다.


  14시54분 암릉길 전망바위에서 10분을 쉬었습니다.

무수재에서 대둔산 정상봉인 마천대까지 4.25Km 거리여서 2시간 남짓한 시간이면 마천대에 다다를 것이고 그리되면 이번 산행의 목적지인 배티재에도 해 안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아 안심됐습니다. 무수재를 출발해 397봉을 거쳐 헬기장을 지났습니다. 397봉에 오르기 직전에 4-5분을 쉰 터라 헬기장을 지나 충남논산과 전북 완주의 경계를 이루는 560봉에 올랐어도 쉬지 않고 내달려 얼마 후 47개의 형형색색의 표지기 들이 나란히 걸린 220계단 갈림길의 안부사거리에 다다랐습니다. 푸르른 산죽들 사이로 난 우회 길로 돌고, 커다란 암석들의 암릉 길을 걸어 전망바위에 올라서자 왼쪽 뒤로 수락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산골짜기를 뒤덮은 하얀 눈이 대둔산의 깊이를 느끼게 했고 멀찌감치 떨어져 작게 보였던 마천대의 개척탑이 가까이 보여 대둔산의 높이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바람이 땀을 식혔지만 한 겨울의 냉기는 찾아볼 수 없어 아무리 꽃샘추위가 극성을 떤다 해도 봄이 이미 와있음을 이 바람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16시14분 대둔산 정상봉인 해발 879미터의 마천대에 올라섰습니다.

전망바위에서 826봉에 오르는 30분간의 산행이 힘들었습니다. 몇 번이고 암봉 왼쪽으로 난 우회 길로 에도는데 그동안 내린 눈이 깊게 쌓여 평범한 능선 길을 걷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계속되는 산죽과 멧돼지 발자국으로 보이는 커다란 족적, 그리고 겨울을 숨겨놓은 고드름 등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던지 동행한 친구는 “그 누구 없소?”하고 조용한 산속에 사람 찾는 메시지를 띄웠습니다. 지도상의 허둥봉으로 보이는 826봉에 오르자 저녁 햇살을 머금은 나뭇가지의 상고대가 저희들을 반겼습니다. 6번의 금남정맥 종주 중 눈길을 걷기도 이번이 처음이었고 활짝 핀 상고대를 만나보기도 처음이었습니다. 지척 거리의 마천대에 다다르는 데 50분이 걸린 것은 끝났다고 생각한 암릉길과 오르락 내리락 능선 길이 계속되어서였습니다. 바랑산에서 무수재까지 능선 길은 오른쪽 면이 깎아지른 능선 길이었는데 마천대를 받치고 있는 암벽들도 그에 못 지 않은 직벽이어서 볼만했습니다. 회색의 암벽들과 새 하얀 상고대가 흑과 백의 대비를 절묘하게 보여주어 오름길에 힘이 드는 것을 얼마고 덜어주었습니다. 마천대에 올라서자 비로소 눈보라를 몰고 온 몰아치는 바람이 매섭게 느껴졌습니다. 대둔산 등정기념으로 저희 둘의 사진을 부탁해 찍은 후 남은 김밥을 마저 들자는 친구의 제의를 묻어두고 바로 정상을 뜬 것은 어떻게든 배티재까지 가보겠다는 욕심이 동했기 때문이었습니다.


  16시42분 마천대와 낙조대 중간쯤에서 배티재행을 포기하고 뒤돌아섰습니다.

마천대에서 낙조대로 가는 능선 길이 그냥 얌전한 길이 아니고 암릉 길이어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다 동행한 친구가 많이 지쳐 보였고, 해떨어지기 전에 배티재에 닿기가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아 잠시 고심을 하다가 포기하기로 결심을 하자 아쉽기는 해도 안도됐습니다. 대전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가 저 아래 관광단지에서 저녁6시반에 출발하기에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사거리로 되돌아와 케이블카/금강구름다리로 가는 급경사 길로 내려서 양 옆에 직벽의 암봉이 만든 협곡을 지나 케이블카 승강대 100미터 전방에 다다라서야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마천대에서 다시 찬 아이젠을 풀고 1.3키로 남은 관광단지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중 높이 솟은 두 암봉을 잇는 구름다리를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동자바위 아래 휴게소를 지나자 계곡이 시작되었고 물소리가 상쾌했습니다만, 다음 주 이 길로 다시 올라가 마천대에서 마루금을 이어갈 생각을 하자 경사진 내리막길이 하나도 반갑지 않았습니다.


  17시55분 주차장 바로위의 슈퍼에 들러 캔맥주를 사마시며 하루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마지막(?) 꽃샘추위로 상고대를 다시 보는 기쁨을 누렸지만 눈길을 걷는 데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 목적지에 닿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자연의 변화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어 큰 다행인 것은 기쁨과 아쉬움의 접점을 찾아 적절히 균형을 이루게 하는 자연의 로고스가 아무려면 사람들의 이기심에 기초한 조절노력만 못하겠느냐  싶어서입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