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금남정맥 종주기

금남정맥 종주기 7(대둔산마천대-배티재-오항동고개)

시인마뇽 2007. 3. 20. 00:37
                                         금남정맥 종주기 7


                   *정맥구간:대둔산 마천대-배티재-오항동고개

                   *산행일자:2007. 3. 16일

                   *소재지  :전북완주/충남논산,금산

                   *산높이  :대둔산878미터

                   *산행코스:수락리매표소-군지골-220계단-720봉-대둔산

                                   -배티재-560봉-오항동고개(635번지방도)

                   *산행시간:11시10분-17시40분(6시간30분)

                   *동행    :나홀로

 

 

  1차대전 중 총리를 지낸 프랑스의 정치가 클레망소는 현대전은 총력전이라며 온 국민이 온 나라의 역량을 다 모아 전쟁을 수행해야 함을 역설했습니다. 국민적 지지를 받아내지 못하고 치르는 전쟁은 설사 무력에서 우위를 점한다 하더라도 종국에는 미국의 월남전과 같이 패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바로 현대전이 총력전이기 때문입니다. 금남정맥 종주 차 충남과 전북을 경계 짓는 대둔산을 오르내리며 총력전의 그 총력 속에는 산천초목도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둔산은 산이 높고 거한데다 깎아지른 암벽과 협곡 등으로 적의 침공을 막아내는데 더 할 수 없는 요새입니다. 조일전쟁(임진왜란)과 한국전쟁(6.25동란) 중 이 산에서 치러낸 전투를 모두 승리로 이끈 데는 대둔산이 산식구들인 산천초목을 전부 동원해 도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둔산 서쪽의 수락계곡입구에는 빨치산 및 북괴군 섬멸을 기념하는 승전기념탑이, 동쪽의 배티고개에는 전주로 침공해오는 왜군을 격파한 승전을 기리고자 전적비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기암절벽이 빚어낸 빼어난 절경으로 100대 명산에 들 정도의 경승지가 된 대둔산이 산천초목을 전부 동원해 이 땅의 주인들에 승리를 가져다주어 전승지로 자리매김해왔지만, 우금치 전투에서 패한 동학군이 마지막 항전을 벌이다 바위벼랑 아래로 투신해 자결한 최후의 항전지가 바로 이 산이었고 까마득한 옛날에는 계룡산의 지세와 싸우다 져 한이 맺힌 곳이라는 설화가 전해지는 비운의 산이 바로 이 산이었습니다.


  지난 주 목적했던 배티재까지 진출하지 못하고 대둔산 정상봉인 마천대에서 관광단지로 하산하는 바람에 이번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한번 이 산 정상을 올라 마루금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관광단지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까 그냥 걸어서 오를까 얼마를 고심하다가 아예 반대쪽인 수락계곡 쪽으로 오르자고 마음을 바꿔먹고 논산으로 향했습니다. 아침9시경 논산시내에 도착해 1시간여 기다려 10시5분에 터미널을 출발하는 수락리행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넓은 길과 좁은 길을 두루 달려 수락저수지를 지나 수락리매표소앞에 다다르기 까지 약 1시간이 걸렸습니다.


  오전 11시10분에 수락리매표소를 출발했습니다.

대둔산은 국립공원이 아니고 도립공원이어서 여전히 입장료를 받았습니다. 잘 다듬어진 시멘트블록길을 지나자 비로소 산길이 시작됐습니다. 길옆의 숲이 농약사용으로 이 땅에서 사라진 반딧불이의 서식지라는 플래카드를 보고 지나온 몇 십년간 경제성장에 밀려 종을 감춘 동식물이 어찌 반딧불이 뿐이랴 싶어 이 자연에 미안했습니다. 갈 길이 멀어 길에서 좀 떨어진 대둔산승전기념탑은 들러보지 못하고 안내판을 통해 승전내용만 확인했습니다. 대둔산 일대에서 활동하며 410여회 경찰관서를 습격하고 양민을 학살한 빨치산과 영호남지방에서 패주북상하던 북괴군3,412명을 섬멸했으며 경찰군, 국군 및 애국청년단원들도 1,376명이나 희생을 했다는 안내문을 읽고나자 아직도 이 땅에 김일성 부자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상존한다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첫 번째 폭포인 선녀폭포를 지나서 얼마 후 석천암갈림길에 다다라 오른 쪽의 군지골로 들어섰습니다. 커다란 암괴들이 흘러내린 너덜겅을 가로지르고 예쁘장한 초록색 철제다리를 세 번 건너 다다른 두 번째 폭포인 수락폭포는 생각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왼쪽의 골짜기를 흘러내려온 계곡물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물소리가 봄을 맞아서인지 활기차게 들렸습니다. 


  12시7분 220계단을 올라 잠시 쉬었습니다.

왼쪽의 수락폭포를 카메라에 담은 후 “양심안전보관대”에서 헬맷을 꺼내 쓰고 낙석위험지대인 오른 쪽 협곡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비행기소리에 쌓인 눈이 무너져 내려 눈사태가 발생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라 혹시나 때 마침 상공을 나는 전투기의 굉음이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느라 균열이 생겼을 바위를 강타해 낙석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 가해서 잠시 긴장했습니다. 협곡을 지나서 비선폭포 옆의 보관대에 안전모를 걸어 놓아 안전과 양심을 같이 지켰습니다. 두 폭포보다 훨씬 높은 데서 물이 떨어지는 비선폭포에 다다라 지나온 협곡을 뒤돌아보자 정말 낙석현상이 발생했다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자 아찔했습니다. 계곡 초입의 선녀탕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자리한 이 폭포가 하늘에 가까워 선녀들이 비상하기에 더 잘 맞아 비선폭포의 이름을 얻은 것이라면 진작 이곳에 220계단을 설치했다면 선녀들이 비선폭포보다 더 높은 이 계단을 걸어올라 하늘로 비상했을 것이고 그래서 이 계단도 “비선계단”이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220계단을 단숨에 올라서서 갈림길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한 주 전에 걸었던 바랑산-월성봉의 정맥길을 조망한 후 왼쪽 길을 택해 마천대로 향했습니다.


  13시20분 대둔산최고봉인 해발878미터의 마천대에 올랐습니다.

220계단 쉼터를 출발해 잠시 후 물이 흐르지 않은 계곡을 건넜고 540봉 바로 아래에 쌓아올린 석성을 보았습니다. 크고 작은 전투를 여러 차례 치러냈을 이산에 이제껏 성이 보이지 않은 것은 이 산의 암릉 자체가 더할 수 없는 자연성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높은 곳에서 커다란 석성을 만나 보고나서 우리 선조들의 유비무환 정신에 새삼 감탄했습니다. 마천대로 이어지는 능선 길에 올라 만난 아주머니들은 힘이 들어 하산해야겠다며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220계단 출발 반시간이 다 되어 전망바위에 올랐습니다. 왼쪽 아래 깊숙이에 자리한 계곡 끝자리는 패주하는 빨치산 잔당들이 이 곳으로 숨어들었다면 더 버텨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악산의 죽음의 계곡과 닮아 보였습니다. 철계단을 오르고 암릉길을 걸어 220계단 쉼터에서 오른 쪽으로 갈린 길과 다시 합류한 후 정맥 길과 만났습니다. 먼저 오른 많은 분들이 마천대의 개척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느라 정상이 붐볐습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내려다보이는 기암절벽들을 카메라에 옮겨 담은 후 갈 길이 바빠 채 5분도 쉬지 못하고 마천대를 떴습니다.


  13시21분 마천대에서 금남정맥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마천대에서 칠성봉을 지나 배티재로 갈리는 안부에 다다르기까지 북사면을 지나는 낙조대길이 질펀했고 수시로 암릉길로 복귀해 위치를 확인하느라 43분이나 걸렸습니다. 길을 잘 못 들어 태고사로 하산한 선답자 한 분의 산행기를 유심히 읽은 터라 낙조대를 얼마 앞둔 안부사거리에서 오른 쪽 나무계단 길을 택해 배티재로 내려가는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해발830미터에 세운 “용문골400미터”의 표지목을 지나 다시 암릉길에 오르자 남사면의 곧추선 암봉들이 전투태세를 완벽하게 갖춘 듯 질서정연해 보였습니다. 제가 서있는 평평한 암봉에서 오른쪽으로 뻗어나간 암릉이 분명 배티재로 이어지는 정맥길이 분명한데 길이 나있지 않아 한참을 망설이다가 저렇게 험한 데로 길이 나있을 리 만무하다는 생각에서 다시 내려와 안부에 다다르자 앞서 본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하는 계단길이 보였습니다. 비로소 마음이 놓였고 시장기가 느껴져 짐을 풀고 점심을 들면서 십 여분을 쉬었습니다.


  14시2분 안부를 출발했습니다.

안부에서 커다란 암봉을 왼쪽으로 에돌고자 나무계단 길로 내려서면서 백두대간을 같이 뛴 천자봉님의 진적색 표지기를 만나 반가웠습니다. 금남정맥종주를 마치고 대간길 영취산에서 금남호남정맥종주 길에 들어선 이 분과 3정맥 갈림길에서 랑데부를 해보고자 서두르고 있습니다만 생각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아 여의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장군약수터/광장 삼거리에서 잔설이 하얗게 덮은 오른 쪽의 장군약수터행 길로 들어섰습니다. 거대한 암봉을 완전히 에돌아 만난 철조망 앞에서 오른 쪽으로 돌아 모처럼 편안한 흙길을 걸어 내려가면서 대둔산의 천애절벽을 카메라에 담고자 몇 번이고 가던 길을 멈췄습니다. 직립한 암벽 중간 중간에 볼록하게 튀어나온 바위들이 울퉁불퉁한 팔뚝 같아 용맹스런 장군들을 보는 듯 했습니다. 힘들게 오른 636봉에서 오른 쪽으로 꺾지 못하고 656봉까지 직진하는 바람에 10분을 까먹었습니다. 길을 잘 못 들었다는 직감이 들어 636봉으로 돌아오자 배티재로 내려서는 길목에 걸려있는 표지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경사가 가팔라 내림 길이 늦어졌습니다. 길섶의 생강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전해 준 샛노란 봄소식을 가슴에 안고 배티재로 내려섰습니다. 


  15시34분 충남 금산과 전북 완주를 어우르는 배티재로 내려섰습니다.

17번 도로를 건너 이 고개의 또 다른 이름인 이치재에 세워진 전적비에 담긴 승전내용을 자세히 읽었습니다. 전라도절제사 권율의 독전하에 동북현감 황현이 이곳 이치재에서 금산 웅치의 방어선을 뚫고 전주로 침공해 들어가는 왜군을 대파해 임진왜란 3대첩으로 기록된 것은 왜란초기 천혜의 요새 새재를 버리고 탄금대에서 왜군과 맞서 싸우다 대패한 신립장군의 패전에서 교훈을 얻은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휴게소를 들러 맥주 한 캔을 사들고 싶다는 작은 욕심을 누르고 이치전적지를 먼발치서 내려다보는 위용스러운 대둔산의 암봉들을 마지막으로 사진 찍은 후 오항동고개로 향했습니다. 전적지 한 끝에 난 종주길을 따라 절개면을 올라선 다음 왼쪽 아래에 나란히 나 있는 산책길을 내려다보며 남진을 계속했습니다. 억새풀이 무성한 400봉에 이어 이동통신 중계기를 지나서 산책길6Km/등산로17Km의 안내판이 세워진 지점에 이르자 산 오름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산소가 들어선 500봉에 올라 남은 김밥을 마저 들며 6분을 쉰 다음 떡갈나무들의 온전한 낙엽이 소북이 쌓인 보너스 길을 20분여 걸어 공터가 제법 넓은 560봉에 다다른 시각이 16시 48분이었습니다.


   17시40분 이번 산행의 목적지인 오항동고개에 내려서 짧은 종주 길을 마감했습니다. 

560봉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다가 “국기봉1920m지점"의 표지목을 지나서 내려선 삼거리에서 다시 봉우리를 올라 내리막길로 들어서기까지 560봉 오른편의 592봉에서 열창하는 한 젊은이의 노래 소리가 감미롭지 못해 가수지망생이 가창연습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고개마루에 내려서기 얼마 전에 지난 능선 왼쪽의 경사면에 일군 인삼밭이 이곳이 금산군임을 일러주었는데 경사가 너무 급한 산비탈에 밭을 일구어 산을 버리는 것이 아닌 가해서 걱정됐습니다. 인삼의 주산지로 널리 알려진 여기 금산에서 더 이상 인삼밭을 넓힐 수가 없어 산비탈을 삼포로 일구는 것을 보고 한 때는 세계적인 중석광산지로 명성을 떨쳤으나  중석광이 동이 나 벌써 전에 폐광한 상동탄광이 생각났습니다. 635번 지방도가 지나는 오항동고개의 팔각정 쉼터인 춘경정에서 옷을 갈아입은 후 교통편을 알아본 결과 저녁 7시에 진산을 출발하는 시내버스가 이 고개를 지남을 확인했습니다. 깜깜한 밤 시간에 버스를 기다리기가 뭣해 한대 밖에 없다는 택시를 불러 진산으로 나갔습니다. 다음에도 9천원을 들여 택시로 이 고개로 와서 정맥길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자 택시비가 아까웠지만 발걸음이 느려 이렇게 종주 길을 끊은 것이기에 별 도리가 없었습니다. 진산에서 대둔산을 출발한 버스에 올라 대전의 서부터미널에 도착해 귀가했습니다.


  여드레 만에 다시 찾아 정상을 오르내리고 나자 대둔산이 마치 승전한 장군처럼 늠름해 보였습니다. 우뚝 선 암봉들이 기세등등해 보였고 볼록하게 튀어나온 바위들이 우람해보였습니다. 산자락이 들어앉은 크기에서는 미치지 못하지만 산세의 듬직함과 우람함, 또 한편 날카로움은 계룡산을 뛰어 넘는다는 생각인데 어찌하여 계룡산에 밀렸다는 전설이 전해지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장군처럼 늠름해 보이는 대둔산이 더 이상 격전지가 되어서는 안 되고 평화를 가슴에 담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승지로 더 널리 알려지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있습니다.

 

 

                                                        <산행사진>

 

 

 

 

 

 

 

 

 

 

 

 

 

 

 

 

 

 

 

 

 

 

 

 

 

 

 

 

 

 

 

 

 

 

 

 

 

 

 

 

 

 

 

 

 

 

 

  • 송림 통나무
  • 2007.03.19 20:23
  • 대둔산 전구간 등반을 축하 드림니다.....
  • 시인마뇽
  • 2007.03.20 11:35
  • 고맙소. 한 여름의 대둔산 산행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오. 회백색의 바위와 초록색의 나뭇잎들이 좋은 대비를 이룰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