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명소탐방기1
*탐방일자 :2007. 6. 27일
*소재지 :전남순천소재 순천만
*동행 :나홀로
*아래사진은 히어리님이 한국의 산하에 올린 것을 전재했습니다.
돈 자랑과 주먹자랑을 하지 말라는 이런 저런 도시들과는 달리 순천에 가서는 인물자랑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진주가 서부경남의 교육도시라면 이에 못하지 않는 전남 동쪽의 교육도시는 순천입니다. 3년 전에 평준화가 실시되기 전만 해도 호남의 인재들이 이 도시에 모여들어 순천고가 진작 평준화가 실시된 대도시의 명문고들을 제치고 최근 수년간 검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고등학교중 하나가 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닐 때도 순천고는 한해에 몇 십 명씩 서울대등 유수대학에 들여보낸 이름난 명문고였으며 다른 대도시의 명문고들이 평준화된 후에는 호남의 최고 명문고로 착실히 자리를 굳혀 수많은 인물을 배출해왔기에 순천 가서 인물자랑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근거 없는 헛소리가 아님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정작 순천이 자랑하고픈 세계적 브랜드는 인물이 아니고 자연의 순천만입니다.
동쪽의 순천이 제 아무리 검사를 많이 배출했다 해도 서쪽의 목포를 당해낼 수 없는 것은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DJ를 따라갈 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입니다. DJ야 말로 이 나라에서 대통령을 역임했고 유일하게 노벨상을 수상한 목포가 낳은 불세출의 인물입니다. 목포의 DJ에 상응할만한 순천의 세계적인 브랜드를 인물에서 찾는 것은 아무리 해도 무리이지만 순천만이 있기에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순천만이란 순천시의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시작되어 장장40Km의 해안선으로 둘러싸인 만을 이름 합니다. 바닷물이나 호수 물의 움직임으로 해안선이 움푹하게 들어간 곳을 만아라 하는데 진주만이나 통킹만처럼 전쟁의 발발지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만도 있고 영일만이나 남양만처럼 별로 알려지지 않은 우리 반도의 만도 있습니다. 그 많은 만 중에서 순천만이 세계적 명성을 얻은 것은 갯벌과 갈대밭 그리고 염습지로 구성되어 각종 희귀동식물이 살아가고 있는 연안습지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순천만은 작년 1월 우리나라 연안습지로는 처음으로 람사협약에 등록되어 이제는 순천시민이 전 세계의 지구인들을 대표해 각별히 돌보아야 할 세계적인 연안습지보호구역이 되었습니다.
지난 수요일(6월27일) 저 혼자서 순천만을 다녀왔습니다.
산행코스가 엄청 긴 미사치-송재치-노고치 구간의 호남정맥을 종주하고 나서 다음날인 지난 수요일에 다음 구간을 이어가지 못한 것은 전날 12시간을 넘긴 종주산행으로 사타구니가 쓸려 살갗이 일부 벗겨졌기 때문입니다. 밤새 벗겨진 살갗이 아물지 않아 어기적거리며 걸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자세로는 10시간을 걸어 조계산을 넘어갈 자신이 서지 않아 종주산행을 포기하고 발걸음을 순천만으로 돌린 것입니다. 순천역 버스정류장에서 8시45분 경에 버스를 타기까지 엄청 짜증이 났습니다. 한 시간 넘게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않아 시내버스 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지연사유를 물었습니다. 배차원의 설명인즉 제가 기다리는 정류장은 순천만으로 가는 63번 버스가 지나가지 않으니 시장 쪽 정류장으로 가서 기다리라는 것으로 그래야 8시30분에 종점을 출발하는 버스를 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보비용을 시간비용으로 톡톡히 지불하고 나서야 8시45분에 버스에 올라 탈 수 있었습니다. 역전 출발 20분 후에 순천만 입구 정류장에서 하차했습니다.
텔레비로만 보아온 광활한 순천만이 눈앞에 전개됐습니다.
아취형의 무진교를 건너 갈대밭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시골에서 소먹이로 어린 갈대를 베어 본 일이 여러 번 있어 갈대 역시 산에서 자라는 억새만큼이나 눈에 익었지만 이처럼 넓은 뜰을 꽉 메운 갈대 군락지를 직접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순천만의 갯벌은 약800만평이며 그 중 갈대군락지가 5%에 상당하는 40만평이라 합니다. 이 5%의 갈대밭이 육지의 하천으로부터 유입되는 각종 오염물질을 거르고 정화시켜 나머지 95%의 갯벌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각종 오염물질이 유입된 육지의 하천이 바다로 흘러들어가기 전에 이 갈대밭을 지나는데 산속의 억새밭보다 훨씬 조밀하게 자라고 있는 여기 갈대들이 하천수를 정화시켜 우리의 갯벌과 바다를 지켜낸다 하니 무성한 갈대들이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탐방로 중간 중간에 세워진 안내판이 이 순천만에서 살고 있는 대표적인 동식물을 소개했습니다. 흑두루미, 쇠백로, 검은머리갈매기와 큰고니 등의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조류와 내문재, 퉁퉁마디, 갯질경과 칠면초 등이 소개됐는데 그 중 잎들이 처음에는 녹색을 띄웠다가 붉은 빛으로 변화하는 명아주과의 칠면초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갈대군락지가 순천만의 대표적인 볼거리라 해도 탐방로에 머물러서는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물길을 볼 수 없기에 반쪽짜리 탐방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다행히 탐방로는 갈대밭을 지나 바로 뒤의 용산으로 이어졌습니다. 나무계단을 지나 정상에 올랐어도 나타나지 않아 의아해 했던 전망대는 정상을 넘어 능선의 서쪽 끝 지점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전망대에 올라서자 S자 모양의 물길과 물길 주변의 동그란 갈대밭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물길 의 곡선미와 갈대밭의 아담함, 그리고 속살을 내보인 갯벌들이 서로 짜고 제가 모르는 신화를 써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은 마냥 평화롭게 보이는 갈대밭과 갯벌도 그 속에서는 여러 생물들이 때로는 공존하고 때로는 사투를 벌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 것 같아서였습니다. 전망대에서 다시 갈대숲의 탐방로로 돌아오는 길에 순천 조례초교생들을 만났습니다. 처음 본 제게 인사를 하는 2학년생들이 나이 들어서도 그 친절과 예의를 이어간다면 살맛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갈대 숲길에서 만난 작은 게 한 마리를 용산의 능선 길에서도 만났습니다. 원거리 산행에 홀로 나선 게 한 마리가 마치 혼자서 호남정맥 종주 길에 나선 저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 한번 눈길이 갔습니다.
탐방로로 돌아와 갈대밭을 다시 지났습니다.
무진교를 넘어 선착장으로 내려가서 배를 탈 수 있나 물어봤더니 한 명은 안 된다 해 물길탐방을 포기했습니다. 배를 타고 나가 갯벌도 보고 또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내는 아주머니들을 만나 뵐 수 있겠다 싶어 잔뜩 기대했는데 아쉬웠습니다.
갯벌이란 바닷물이 드나드는 모래톱을 이릅니다.
조석의 차이로 드러나는 연안습지지역으로 바닥이 모래와 뻘로 이루어진 평평한 지역을 갯벌이라 합니다. 바닷물이 밀려올 때는 바다가 되고 썰물로 빠져나간 후에는 육지의 연장으로 남아 있는 갯벌은 바다와 육지가 만나서 만들어진 일종의 완충지역입니다. 갯벌이라는 완충지역 없이 육지와 바다가 바로 만난다면 육지에서 하천으로 흘러들어간 각종 오염물질이 바다에 바로 유입되어 바다는 병들게 됩니다. 요즘 들어 갯벌의 중요성이 자주 거론되는 것도 갯벌이 오염물질을 제거 내지 걸러내어 우리의 식량원인 바다를 보호해주기 때문입니다. 갯벌은 바다의 오염을 막아 줄 뿐만 아니라 갯벌 그 자체가 높은 생산력을 갖고 있어 주요한 수산물의 생산지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갯벌의 경제적 가치가 대단한 것으로 평가되기에 앞으로는 웬만한 개발가치를 갖고는 보존가치를 상회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동안 눈감아 왔던 관행적인 갯벌개발에 제동을 거는 사회적 압력이 점점 커지는 것도 갯벌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입니다.
갯벌의 완충적가치가 꼭 필요한 데가 우리 사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바다와 육지가 만나 공존의 장인 갯벌을 만들 듯이 진보와 보수가 만나 정치의 생산력을 높이는 완충지대를 만들 수는 없는지, 없다면 왜 없는지 실로 궁금합니다. 보수를 표방하는 같은 당 대선주자끼리도 양측이 물과 기름처럼 상극인데 당이 지지계층이 서로 다른 소위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에 완충지대를 만들 것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그들에 이를 요구하는 것은 갯벌의 완충적 역할과 가치가 갈등과 반목의 정도가 점점 더 해가는 우리사회를 통합해 나가는데 꼭 필요함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순천만 자연생태관을 들러 순천만의 모든 것을 보았습니다.
전시물도 보고 영화도 보았습니다. 주마간산 격으로 휘 둘러본 순천만을 조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생태관이고 보다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곳도 생태관입니다. 다음에는 시간을 제대로 내어 둘러볼 생각입니다. 호남정맥 대신 찾아 나선 꿩 대신 닭의 탐방이라 해도 나름대로 알찬 탐방이었습니다.
순천만은 뭇 생명들이 공존하는 코러스의 현장입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조류들이 이 곳에서 서식하는 것도 순천만의 넉넉함 덕분일 것입니다. 뭍과 바다가 만나서 만을 만들고 그 주위에 갯벌이 만들어지고 갯벌을 파라다이스로 만드는 갈대들이 불러들이는 뭇 생명체들이 놀고 다투며 살아가는 순천만은 공존의 장이었습니다. 이 현장을 바테리가 다해 카메라에 담지 못해 안타까웠지만 가슴으로 담아내고자 나름대로 애썼습니다. 한 여름에 가슴으로 담아낸 순천만은 너와 내가 같이 살아가는 공존의 장이자 통합의 장이었습니다. 이번에 담지 못한 순천만의 또 다른 모습을 담아내고자 오는 겨울에 카메라를 가지고 다시 찾아올 뜻입니다.
2007. 7. 2일 씀
*아래사진은 히어리님이 한국의 산하에 올린 것을 전재했습다.
환상의 S자물길 ('07. 11. 14 촬영)
용산 전망대 ('07. 11. 14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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