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V.시인마뇽의 문학산책/시인마뇽의 산행에세이 46

22.시인을 기다리는 때죽나무 꽃

시인을 기다리는 때죽나무 꽃 전남장성군과 전북의 정읍시 및 고흥군을 경계 짓는 방장산(方丈山)은 산 높이가 해발742m에 불과해 그리 높은 산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산림청에서 이 산을 명산 100산의 한 산으로 선정한 것은 예부터 지리산, 무등산과 함께 호남의 삼신산(三神山)으로 불려..

21.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 하얀 눈이 능선을 덮은 지리산을 종주하면서 생(生)과 사(死)의 극명한 차이를 보았습니다. 이산에서 만나본 주목나무 한 그루는 자연수명인 천년을 다 채우기에 아직은 너무 어려 보이는 생생한 나무였고 그 옆에 자리 한 또 한 그루의 주목나무는 수피가 다 벗겨지고 줄기만 남은 고사목(枯死木)이었습니다. 두 나무가 태어난 시간적 거리는 몇 세기를 가늠할 만큼 까마득하겠지만 공간적 거리는 기껏해야 2-3m를 넘지 않아 삶과 죽음이 극명하게 대비됨을 분명하게 보았습니다. 이 산 능선에 덩그러니 서있는 이 두 나무들이 서로 못 본채 하고 등을 돌리고 살기에는 같이 셈해야 할 세월이 너무 길어 이들이 한 곳에서 살아가려면 미우나 고우나 말을 트고 지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살아있는 나..

19.새들의 비행

새들의 비행 마지막 서봉지맥 종주 길에 경기도 평택의 도대 사거리에서 하늘을 나는 철새 청둥오리(?)와 텃새 까마귀를 보았습니다. 철새 청둥오리가 >자 형 편대를 이루고 가지런하게 하늘을 비행하는 것을 보고 앞자리의 영도자 새 한마리가 질서를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질서란 다중을 위해 명령을 따르고 지킬 때 이루어집니다. 인간사회에서는 그 명령이 법률에서 나오지만 저런 새들은 비행을 선도하는 새에게서 나올 것입니다. 이 새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제 멋대로 날다가는 죽음에 이른 다는 것을 본능으로나 경험으로나 익히 알고 있기에 저토록 가지런하게 편대를 이루고 비행하는 것입니다. 텃새 까마귀는 날아가는 방향도 같지 않았으며 떼를 지어 나는 것이 아니고 두 서 너 마리가 하늘을 조금 날다가 이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