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따라걷기3
*종주구간: 좌포교-풍혈냉천-사선문
*종주일자: 2020. 2. 11일(화)
*따라걷기: 좌포보건소-좌포교-산막교-반용교-포동리-좌산교
-사선대-관촌버스터미널
*종주시간: 10시56분17시45분(6시간49분)
*동행 :나 홀로
태극 모양을 그리며 흐르는 섬진강을 따라 걷는 일이 가슴 벅찬 것은 이 강이 다름 아닌 우리 땅의 강이기 때문입니다. 섬진강을 따라 걷는 일이 단순히 강줄기를 따라 걷는 것이 아니라 이 강이 천년 넘게 지켜낸 이 땅을 걷는 것이어서 그렇습니다. 주변의 경관으로 말한다면 여기 섬진강보다 풍광이 빼어난 외국의 명승지가 수두룩한데도 칠십이 더 되는 늦은 나이에 우리 강 따라 걷기에 나선 것은 섬진강과 강둑길은 이 땅의 사람들과 자연이 함께 만들어온 역사적 공간이다 싶어서입니다. 생면부지의 제게 따뜻한 인사말 몇 마디를 건네 오는 분들을 만나면 반갑고 고맙기가 그지없으며, 혼자 보기에 아깝다 싶은 절경도 다시 보면 어디서 본 듯하다는 기시감이 바로 들어 아름답다는 찬탄에 반가움이 더해지는 것은 제가 따라 걷고 있는 섬진강이 우리 땅을 헤집고 흘러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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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56분 원좌마을의 좌포보건소 앞에서 ‘섬진강 따라걷기“ 3구간에 첫발을 들였습니다. 수원역에서 오전 6시10분 발 열차에 올라 9시30분 임실역에서 하차했습니다. 임실역에서 버스로 이동해 다다른 관촌터미널에서 상달행 군내버스로 바꿔 타 지난번에 2구간 종주를 마친 원좌마을에서 하차했습니다. 음식점이 한 곳도 없을 정도로 한가한 이 마을에 제법 큰 한옥이 보이는 것은 원불교좌포교당이 자리해서입니다. 보건소에서 약 2백m 떨어진 좌포교에 다가가 오른 쪽 강둑길을 따라 남진했습니다. 강물 한 가운데 돌 위에 앉아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하얀 두루미의 모습이 참으로 고고해보였습니다. 카메라에 담아보고자 발소리를 죽이고 가까이 다가가려 했지만, 어느새 눈치 채고 훨훨 날아가 근거리에서 물속에 서 있는 두루미의 모습을 사진 찍지는 못했습니다. 12시가 다 되어 잠시 쉬면서 샌드위치로 요기를 한 후 계속 남진했습니다. 물이 그다지 깊지 않고 맑아 강둑에서 보아도 회백색의 물질이 강바닥을 덮고 있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이 물질은 아마도 그 아래 보를 막아 유속이 느려지자 지천에서 흘러들어온 이토(泥土)(?)가 흘러내려가지 못하고 가라앉아 생성된 침전물 같았습니다. 강바닥의 일부를 덮은 것이 이토라면 강 위를 일부 덮은 것은 얼음장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얼음장 위에 올라가 놀다가 얼음이 갈라지는 바람에 물에 빠져 솜옷을 몽땅 적신 적이 있었었는데 그 때가 입춘을 막 넘긴 이맘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진안의 명소인 풍천냉혈에 이른 시각은 12시35분입니다. 물이 제법 깊어 보이는 보를 지나 좌포교가 가까운 곳에서 둑방 길은 흙길에서 시멘트길로 바뀌었습니다. 증좌교를 지나 북서쪽으로 방향을 바꾼 강둑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745번 도로로 올라섰습니다. 얼마 걷지 않아 다다른 또 다른 좌포교에서 지근거리에 있는 풍혈냉천(風穴冷泉)을 들렀습니다. 풍혈냉천은 성수면의 양화마을 대두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안내판에 풍혈은 바위틈 사이로 섭씨 4도의 찬바람이 스며나는 자연이 만든 천연동굴 냉장고이며, 냉천은 한 여름에도 손발을 담가두기 힘들 정도로 물이 차고 피부병 및 위장병 등에 특효가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풍혈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고, 여기 냉천은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 좌포교 건너 삼거리에서 성수체련공원을 지나 진안고원길의 표지목이 서 있는 강둑길로 복귀했습니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만난 산막교를 건너 745번 도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강 건너 잘 지은 한옥에 눈길을 주며 반용교로 이어지는 차도를 따라 남진했습니다. 이미 봄이 와 있다 싶은 것은 다리 아래 섬진강에서 고기를 잡고 있는 몇 분이 보여서였습니다. 반용교에서 차도를 벗어나 내려선 강둑길에서 점적관수(點滴灌水, Drlp Waterlng)용 물포대가 걸려 있는 나무 들이 즐비한 것을 보고 나무들도 잘 사는 나라에서 살고 있어야 제대로 대접을 받는다 싶었습니다. 강둑길 중간에 ‘포동마을 1.2Km/반용마을 1.3km - 진안고원길’의 표지목이 서 있는 것으로 보아 제가 걷고 있는 섬진강 강둑길이 진안고원길과 겹치는 것이 분명합니다. 용포리를 ‘ߎ’ 자 모양으로 감싸 휘도는 섬진강을 따라 걷는 둑길이 걸을 만한 것은 인근 농지에 물을 대고자 넓은 보가 설치되어 있어서입니다. 만약 보를 막지 않고 자연 그대로 놓아두었다면 하류를 제외한 곳에서는 강은 달뿌리로 뒤덮였을 것이고 강물은 달뿌리 사이로 난 좁은 유로를 따라 흘러 답답해 보였을 텐데, 보 덕분에 강의 넉넉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번 3구간에서 가장 매혹적인 구간은 포동마을을 지나 회초천이 섬진강과 합류되는 포동교에서 막동교까지의 옛 차도입니다. 아스팔트로 잘 포장된 이 길로 다니는 차가 거의 보이지 않은 것은 강 건너 넓은 도로가 나 있어서일 것입니다. 막동교 아래 보가 설치되어 왼쪽 아래 물이 가득 차있는 섬진강과, 강 한가운데 작은 바위섬에서 쉬고 있는 흰 두루미를 보고 이만하면 쉬어갈 만하다 싶어 길가에 앉아 몇 분을 쉬었습니다. 몸이 많이 불편해 보이는 두 노인이 산보하는 것을 보고 제가 걷고 있는 이 길이 걸음이 많이 느려진 연세든 분들도 차 걱정을 하지 않고 마음 편히 걸을 수 있는 산책로 안성맞춤이다 했습니다. 막동교를 지나 내려선 강둑길이 특이한 것은 섬진강과 제가 걷고 있는 강둑 사이에 나지막한 둑이 또 있다는 것입니다. 수령이 2-3백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서어나무(?)와 느티나무 등의 고목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것으로 보아 안에 있는 이 둑이 바깥 둑보다 훨씬 전에 만들어 진 것이 분명합니다. 강물의 범람을 잘 막아온 중간의 작은 둑이 운암댐이 생기면서 수위가 높아지는 바람에 더 이상 기능을 다할 수 없어 밖으로 더 높은 둑을 새로 쌓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좌산교 인근에 자리한 뾰족한 산봉우리는 해발367m의 공수봉인 것 같은데 정삼각형의 균형 잡힌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15시50분에 좌산교를 지나 임실 땅에 발을 들였습니다.
생각보다 관촌에 일찍 도착해 사선대국민관광지를 두루 구경했습니다. 좌산교를 지나서부터는 섬진강과 나란한 방향으로 길이 나있는 차도를 따라 걸었습니다. 순천-완주고속도로 상의 오원천교 밑을 지나 다다른 주천교를 건너 섬진강 동쪽 강변길을 걸었습니다. 세월의 때가 거의 묻지 않은 새 한옥 건물이 꽤 여러 채 있어 다가 가보니 임실목재문화체험장이었습니다. 크고 작은 한옥 여섯 동이 들어선 체험장을 휘 둘러보고 그 옆 사선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관리사무를 찾아가 받은 안내팜플렛을 보면서 국민관광지 곳곳을 둘러보았습니다.
관촌면의 덕천리에 소재한 사선대(四仙臺)는 1985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임실군의 명승지입니다. 사선대와 관련해 전해지는 전설은 대략 이러합니다. 2천년전 임실 운수산의 두 신선과 진안 마이산의 두 신선이 여기 강기슭에 모여 놀다가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여 대에 오르고 바위 위를 거닐면서 목욕하고 즐겼다 합니다. 까마귀떼가 날아와 어울리고 있는데 홀연히 네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네 사람의 학발신선들을 호위하며 어디론지 사라지고 이후로 해마다 이맘때면 그들 선남, 선녀들이 내려와 놀았으므로 어느덧 이곳을 사선대라 하고, 까마귀 놀던 이 강을 오원강이라 불렀다는 것입니다.
지은 지 얼마 안되어 보이는 사선루 보다는 넓은 터에 자리한 조각물들이 볼만했습니다. 섬진강 물을 끌어들여 조성한 연못과 수로가 산 밑의 데크 산책로와 잘 어울려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 풍광을 완상했습니다. 나지막한 동산 위의 세워진 운서정에서 바라보는 오원강 즉, 섬진강과 그 너머 관촌읍내도 조망할만 했습니다.
17시45분 관촌버스터미널에서 3구간 종주를 모두 마쳤습니다. 운서정에서 내려가 섬진강가 17번도로 위에 세운 2층의 사선문을 사진 찍는 것으로 사선대국민관광지 탐방을 마치고 오원교를 건너 관촌버스터미널로 향했습니다. 터미널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전주로 옮겨 20시16분에 전주역을 출발하는 수원행 열차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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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길을 나선 저를 보고 인사를 해온 사람은 모두 세 분이었습니다. 좌포보건소 앞을 지날 때 만난 여의사 한 분, 강 건너 넓은 길로 차량이 몰려 한적해진 구도로의 강변길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 차도 변의 외딴 집 주인으로 보이는 40대의 젊은 남자 분 모두가 반갑게 인사하면서 묻는 말씀은 왜 외롭게 혼자 여행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여의사분은 하도 반갑게 인사해 저를 본 적이 있냐고 물었더니 지난 주 보건소 앞에서 차를 기다리는 저를 보았다고 답해왔습니다. 서로 만나 인사를 한 것도 아니고 먼발치서 혼자서 본 것인데 반갑게 인사를 하는 이 분에게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얼마간 경계하는 마음을 갖고 탐색부터 해온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허리가 많이 구부러져 유모차에 의지하고 친구 분과 함께 산책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한 할아버지를 만나 인사를 드렸더니 반가워하시면서 어디서 왔고 왜 위험하게 혼자서 다니느냐며 반가워 하셨습니다. 인사를 하기에는 조금 멀다 싶어 그냥 지나치는 저를 보고 길 건너편에서 큰 개를 붙잡고 있는 한 젊은이가 큰 소리로 혼자서 여행을 다니시냐는 인사말을 듣고 훈훈함이 느껴졌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바글대는 복잡한 도시 길을 걸어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이 훈훈함은 남의 나라 강을 따라 걸어서는 결코 향유할 수 없을 것입니다. 처음 만나는 이들의 훈훈한 마음 씀이 섬진강과 어울려 빚어낸 풍광이기에, 가는 곳마다 어디서 본 듯하며, 그래서 더욱 가슴이 저려오는가 봅니다.
<걷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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