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강줄기 따라걷기/섬진강 따라걷기

섬진강 따라걷기6(사양삼거리-오봉산-운암삼거리)

시인마뇽 2020. 4. 15. 01:59

 

                                                   섬진강 따라걷기6

 

 

                                             *종주구간:사양삼거리-오봉산-운암삼거리

                                 *종주일자:2020. 4. 13()

                                            *따라걷기:운암쌍운리-사양삼거리--순환교-국사봉

                                              -오봉산-749번도로-운암삼거리

                                *종주시간:11시14분-17시21분(6시간7분)

                                           *동행      :나 홀로

 

 

 

     

                     

     명승(名勝)이란 훌륭하고 이름난 경치를, 그리고 명승지(名勝地)는 경치가 좋기로 이름난 곳을 뜻합니다만, 문화재청이 정한 명승은 이와는 조금 다릅니다. 명승이란 유적과 더불어 주위 환경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국가가 법으로 지정한 곳을 이릅니다. 명승은 유적보다 자연기념물적 요소가 더 큰 곳으로 문화재보호법에 의하여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문화재청장이 지정합니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새로 제정된 후 1970년 강릉의 명주청학동소금강이 문화재청에 의해 명승1호로 지정되었습니다. 2017년 현재 문화재청이 지정한 명승은 모두 112곳이며, 그 마지막이 전남 화순의 화순적벽입니다. 명승으로 지정되면 그 구역은 현상변경이 금지되고 동식물은 물론하고 광물까지도 엄격히 법률로 보호받고 있다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적고 있습니다.

 

 

   이번에 다녀온 섬진강 옥정호(玉井湖)는 보는 이들 모두가 감탄할 정도로 그 풍광이 수려합니다. 이런 곳을 이름 해 명승지라 부른다면, 옥정호는 마땅히 문화재청이 지정한 명승의 명단에 들어갔으리라 기대하고 찾아보았는데, 그 이름이 보이지 않아 적지 아니 실망했습니다. 1965년 섬진강댐 축조로 조성된 옥정호가 주위 환경이 감탄할 만큼 아름다운데도 문화재청이 지정하는 명승이 되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섬진강댐 건설로 조성된 인공적인 호수라는 것과, 옥정호가 생긴 것도 1965년의 일로 그 역사가 짧아서일 것입니다. 주변 경관으로 말하면 옥정호에 비하기에 많이 부족할 것 같은 강원도 정선의 어라연은 그 아름다움이 자연에서 발현되어 지정된 것이고, 전남 담양의 잘 꾸며진 소쇄원은 비록 사람 손이 많이 가서 인공의 미가 더해졌다 해도, 조선시대에 조성된 오래된 정원이라는 이유로 지정되었다면, 옥정호는 순수한 자연미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고, 역사성에서도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것이어서 명승 명단에 들지 못한 것이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화재청이 명승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해서 옥정호의 아름다움이 감해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어느 누구라도 단 한번 만 옥정호의 주변을 둘러본다면, 그 명성이 명불허전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호수의 폭이 넓지 않아 망망대해 같은 허전한 느낌을 주지 않고, 소양호나 파로호처럼 주변 산들이 높지 않아 산의 위세에 눌려 초라해 보이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원래 구릉이었던 곳이 허리가 물에 잠겨 섬이 된 붕어섬처럼 아기자기한 경관이 매력적인데다, 주위 산과 접한 호안(湖岸)의 곡선이 빚어내는 오묘함이 지극히 한국적이다 싶어 언제고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절로 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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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1137분 사양삼거리에서 여섯 번째 섬진강 따라걷기를 시작했습니다. 932분 임실역에서 하차하여 임실버스터미널로 이동, 1010분 발 운암 행 군내버스에 올랐습니다. 임실역, 관촌, 신평과 지장을 차례로 지나 운암의 쌍운리에서 하차한 시각이 1115분이었으니,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린 셈입니다. 20분 남짓 걸어 도착한 사양삼거리에서 강변의 차도를 따라 운암쪽으로 가는 중에 강바람이 세게 불어 냉기가 느껴졌습니다. 직선의 강변차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749번 도로가 지나는 순환교를 건너자마자 오른 쪽 시멘트길로 내려섰습니다. ‘옥정호마실길표지목이 가리키는 대로 북쪽으로 진행하다가 이내 왼쪽으로 굽어지는 시멘트 길을 따라 진행했습니다. 농장을 지나 다다른 삼거리에서 다시 왼쪽으로 확 휘는 넓은 산길로 들어서자 우뚝 솟은 국사봉이 아주 가깝게 보였습니다. 묘지를 지나 햇볕이 잘 드는 길가에 앉아 준비해간 김밥을 꺼내 점심식사를 시작한 시각은 1247분이었습니다.

    

 

   1335분 해발475m의 국사봉에 올라 옥정호를 조망했습니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20분여 푹 쉬어 원기를 회복한 후 본격적인 비알 길로 올라섰습니다. 지그재그로 된 돌계단 길 덕분에 가파른 오름길이 그다지 힘들지 않았는데, 돌이 떨어져 나간 곳도  있어 조만간 손을 보아야할 것 같습니다. 능선에 올라서자 한동안 눈에서 멀어진 옥정호가 다시 보여 반가웠습니다. 능선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국사봉 길은 제법 가파른데다 데크계단의 간격이 너무 높아 스계단쯤 올라선 다음 잠시 멈춰 숨고르기를 여러 번 되풀이했습니다. 국사봉 정상에 올라 날씨가 쾌청해 내려다보이는 옥정호가 참으로 고혹적이었습니다. 이제껏 보아온 어떤 호수보다 빼어난 것은 주변의 산들과 만나 빚어낸 호안(湖岸)의 선이 뱀이 지나간 길인 듯 변화무쌍하고 부드럽기 이를데 없는 곡선인데다 산골 깊숙이에 다소곳이 들어앉은 잔잔한 호수를 조망하노라면 그 포근함과 그윽함에 절로 마음이 평안해진다는 것입니다. 지난번 482.1m봉을 오르며 전면을 보았던 월면리는 이번에는 그 뒷모습이 보였고, 붕어섬은 작은 산이 앞을 가려 반쯤 보였습니다. 옥정호 서쪽의 산허리에 낸 749번 도로의 굽이진 길은 활짝 핀 벚꽃에 반쯤 가려 꽃 터널을 내려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에 더하여 서쪽으로 지척에 위치한 호남정맥이 남북으로 뻗어나가고, 동쪽 멀리로는 백두대간의 장대한 산줄기가 참으로 의젓해 보였습니다. 다시 한번 옥정호를 조망한 후 올라온 데크길로 되 내려가 오봉산으로 향했습니다.

 

 

   1446분 해발513m의 오봉산에 올라 옥정호의 제1경이라 할 만한 붕어섬을 사진 찍었습니다. 국사봉에서 입석리로 내려가지 않고 반대방향의 오봉산으로 행로를 바꾼 것은 비록 짧은 거리이지만 섬진강둘레산줄기를 걸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저는 이제껏 섬진강을 빙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를 일컬어 섬진강둘레산줄기라고 불러왔습니다. 섬진강 유역의 경계선인 섬진강둘레산줄기는 전남광양의 망덕산에서 시작해 강 건너 경남하동의 두우산에 이르는 장대한 산줄기로, 그 전장은 섬진강 본류의 3배에 조금 못 미치는 630Km가량 됩니다. 혼자서 약3년에 걸쳐 이 산줄기를 따라걸어 환주를 마친 것은 2010년의 일이고, 그때의 길고 긴 산행은 졸저 섬진강 둘레산줄기에서 길을 찾다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섬진강 따라 걷기의 전 구간 중 섬진강을 가까이에서 내려다보며 섬진강둘레산줄기를 걸을 수 있는  것은 옥정호를  지날 때 뿐입니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어 국사봉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탄 것입니다.

 

   국사봉에서 데크 길로 내려가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봉우리 하나를 올랐습니다. 이어지는 오봉산 4봉을 오르는 길은 암릉 길이어서 위험해 왼쪽 산허리에 낸 길로 에돌아갔는데 이 길도 동쪽사면이 가팔라 섬뜩할 때도 몇 번 있었습니다. 산허리 길로 우회해 다다른 해발 401m높이의 안부에서 오봉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섬진강둘레산줄기의 일부인 호남정맥입니다. 10년 전에 걸은 길인데 역방향으로 걸어서인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아 안타까웠지만, 건강은 그대로여서 이렇게 다시 찾아 오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해발401m의 안부를 출발한지 18분이 지나 오봉산 정상에 올라서자 국사봉에서 제대로 보지 못한 붕어섬과 물안개길이 잘 보였습니다. 전주에서 왔다는 50대 초반(?)의 젊은 부부를 사진 찍어 준 후 전주 쪽으로 눈을 돌리자 북쪽 먼발치로 두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마이산이 잘 보였습니다. 오봉산 정상에서 호남정맥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도 급했고 길바닥의 작은 돌들로 미끄러운 데도 여러 곳 있어 나무에 매어 놓은 밧줄을 잡고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10년 전 여름에 이 길로 오봉산을 올라갈 때는 벌목지여서 땡볕을 가릴 만한 나무 그늘이 없어 애를 먹었는데 그새 잡목들이 크게 자라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완주벧엘기도원으로 이어지는 시멘트길을 따라 걸어 그 입구인 749번 도로로 내려선 시각은 1535분입니다.

 

 

   1720분 운암삼거리에서 섬진강 따라걷기의 6구간 종주를 끝냈습니다. 완주벧엘기도원입구에서 749번 도로를 건너 산길로 다시 올라간 것은 운암삼거리까지 이어지는 호남정맥을 걷고자 해서였습니다. 능선에서 오른 쪽으로 얼마간 올라가 다다른 삼거리에서 물안개길로 연결되는 왼쪽 길을 버리고 오른 쪽 호남정맥 길로 내려갔습니다. 다시 749번 도로를 만나 더 이상 호남정맥을 따라 걷지 않고 차도를 따라 걷기로 마음을 바꿔먹은 것은 1810분에 임실역을 출발하는 수원행 열차를 타기 위해서였습니다. 옥정호가 왼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749번 도로는 벚꽃이 활짝 피어 장관이었습니다. 도로변의 길카페를 들러 6구간의 끝점인 운암삼거리에서 임실로 돌아가는 버스 편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택시를 타야 하는데 택시비가 만만치 않아 포기하고 전주로 들어가는 시내버스를 타겠다고 마음을 바꿔먹었습니다. 시간이 넉넉해져 맥주 한 캔을 사들면서 느긋하게 옥정호를 조망했습니다. 남쪽으로 이어지는 749번 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 운암대교를 위로 막 지난 지점에서 날렵한 사장교의 다리 모습을 사진 찍었습니다. 운암삼거리에서 6구간 종주를 마치고 바로 옆의 초당골버스정류장으로 옮겨 전주행 버스에 오른 시각은 1740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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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대 김풍기 교수님의 논고 명승 구성의 방식과 유형의 길 : 경포대 소재 시문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자연을 인간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인류문명사의 오랜 전통이라고 합니다. 위 논고가 주목하는 것은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주체의 시선이 어떤 방식으로 하나의 자연물을 문화속의 자연으로 만드는가 하는 점입니다. 조선시대의 문인들이 탐구한 것은 글을 통해서 풍경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유포되는지, 거기에 관여하는 자질들이 무엇인지였다고 합니다. 탐구결과 그 자질들은 경물의 아름다움이나 특이함과 관련된 부류와 문화적 의미의 부여와 관련된 부류로 양분됨을 알았습니다. 이런 노력이 결실되어 강원도 강릉의 경포대가 명승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 위 논고의 요지였다고 저는 이해했습니다경포대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13305월부터 15개월간 강원도존무사로 일하는 동안 지은 시문을 모아 엮은 안축의 『관동와주(關東瓦注)』 입니다. 정자로서의 경포대를 처음 언급한 『관동와주의 시문을 통해서 경포대가 가지는 문화적 위상에 관한 논의의 실마리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포대와 경포호가  제108호의 명승으로 지정된 것은 안축이  『관동와주(關東瓦注)』 를 통해 언급한지 630여년이 지난 후인  2013년의 일입니다.

 

 

 

  옥정호는 그 경물의 아름다움이나 특이함은 누구나 인정할 만큼 빼어납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문화적 의미와 관련된 부류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는 옥정호가 조성 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데다 문화적의미를 부여하는 시도가 아직은 미약해서가 아닌가 합니다. 옥정호에 문화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임실의 향토사학자나 문인들의 몫일 것입니다. 다음 구간을 걸을 때 운암교 건너 쪽에 자리한 섬진강댐물문화관을 방문해 옥정호의 문화적 의미를 곱씹어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뜁니다.

 

 

   

 

                                                <걷기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