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종주기55(최종회:미시령-진부령)

시인마뇽 2007. 1. 3. 11:34
                                       백두대간 종주기55


                        *대간구간:미시령-신선상봉-병풍바위-진부령

                        *산행일자:2006. 4. 2일

                        *소재지  :강원 고성/인제

                        *산높이  :신선상봉1,239미터/신선봉1,204미터/마산1,052미터

                        *산행코스:미시령-신선상봉-신선봉-대간령-병풍바위-마산-진부령    

                        *산행시간:10시47분-18시32분(7시간45분)

                        *동행      :고교 정병기/유한준 후배및 송백산악회



  미시령의 큰 바람도 마지막 대간 길에 짙게 깔린 안개를 거둬내지는 못했습니다.

          

          아 바람!

          땅가죽 어디에 붙잡을 주름하나

          나무 하나 덩굴 하나 풀포기 하나

          경전의 글귀 하나 없이

          미시령에서 흔들렸다.


          풍경 전체가 바람 속에

          바람이 되어 흔들리고

          설악산이 흔들리고

          내 등뼈가 흔들리고

          나는 나를 놓칠까봐

          나를 품에 안고 마냥 허덕였다.


  시인 황 동규님이 노래한 대로 “미시령 큰바람”에 설악산이 흔들리고 내 등뼈가 흔들렸지만 한반도의 등뼈인 백두대간은 꿈쩍도 하지 않고 저녁때까지 안개를 붙잡아 두어 대간 길 마지막으로 미시령-신선봉-진부령의 마루금을 이어가는 동안 제게 보여준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대간 길은 엄연히 진부령을 넘어 백두산의 장군봉까지 뻗어 있는데 지리산의 천왕봉에서 겨우 40%가량 마루금을 이어왔으면서 그래서 60%의 대간길이 그대로 남아 있는 진부령에서 백두대간 완주를 기념한다고 법석을 떨어댈 저를 보고 대간을 지키는 산신령께서 격노하시어 신선들이 노니는 이 구간의 아름다운 비경을 미리 안개 속으로 숨겨놓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 늦게 날이 개어 진부령 너머로 향로봉의 모습을 잠시 선보인 것도 여기서 끝내지 말고 어서 빨리 향로봉을 지나 백두산까지 나머지 대간 길을 종주하라고 재촉하는 것 같아 그리할 수 없는 저 자신이 마냥 부끄럽고 죄송했습니다.


  아침 10시47분 미시령에서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된비알 길을 10여분 걸어 826봉에 오르자 서쪽의 계곡을 가득 채운 안개가 가시고 인제로 이어지는 국도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만, 이도 잠시일 뿐 이내 안개가 산 중을 다시 엄습했습니다. 서울에서라면 안개주의보가 발동되고도 남았을 정도의 짙은 안개로 자칫 잘못해 길을 잃을 수도 있겠다 싶어 앞사람을 놓치지 않고자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저의 백두대간 완주를 축하하고자 함께 이 구간을 타는 고교 후배 2명은 동기인 하이맛 친구와 같이 한참을 앞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11시58분 해발 1,239미터의 신선상봉에 도착했습니다.

10여분 전에 전망바위에서 대원한분의 도움으로 안개비에 젖은 제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기에 신선상봉에서는 기념사진을 찍는 다른 분들을 스쳐보며 그냥 지나쳤습니다. 전망바위에서 돌탑이 세워진 신선상봉에 이르기까지 물기가 스며든 너덜겅을 건너뛰며 지났는데 생각보다 미끄럽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작년 10월 길고도 먼 너덜겅 지대를 통과해 황철봉에 오를 때에는 캄캄한 밤이어서 바위사이로 발이 빠질까 조심을 했고 올 1월 공룡능선의 나한봉에서 마등령으로 내려서다 만난 너덜겅에서는 눈이 덮여 굉장히 긴장을 했으나 이번에는 생각보다 덜 미끄러워 진흙탕길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신선상봉에서 화암재로 내려서는 길은 급경사 바위길이 여러 곳 있어 상당히 조심스러웠습니다. 150여명이 한 줄로 서서 로프를 잡고 미끄러운 바위 길을 내려가는 코스가 여러 군데 있어 혼자라면 25분 정도면 충분한 길을 55분이나 걸려 화암재로 내려섰습니다. 이곳 화암재에서 왼쪽 길로 내려서면 대간령에서 소간령으로 내려서는 길과 만나는 마장터에 이르게 됩니다.


  12시52분 화암재를 지나 완만한 오름길로 들어섰습니다.

얼마고 오르자 갈림길이 나타나 오른 쪽 길을 택해 계속 걸었습니다. 한 두 산악회의 표지리봉만 보이고 잡목이 길을 막아 과연 이 길이 맞는 가 의심됐습니다. 결국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다른 대원들과 합류했는데 그 바람에 마루금에서 약간 오른 쪽으로 비껴선 신선봉을 그냥 지나쳤습니다. 갈림길에서 마루금은 왼쪽으로 나있고 제가 들어선 오른 쪽 길은 신선봉으로 우회하는 길인 것을 모르고 신선봉에 오르기 직전에 왼쪽으로 꺾어 잡목을 헤치고 대간 길로 복귀한 것은 끝내 신선봉을 내보이지 않겠다는 산신령의 내침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다시 급경사 길로 내려서면서 미끄러져 오른쪽 바지 가랑이를 더럽혔습니다.  55회의 대간 종주 중 이번 산행 길이 최악의 상태로 판단되었습니다. 위험한 암릉 길은 없었지만 언 길이 녹아 엄청 미끄러웠고 진흙으로 뒤범벅되어 하이맛 친구의 지적대로  “갯벌체험”코스로는 최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14시 30분 큰새이령으로도 불리는 대간령에 내려섰습니다.

23분전에 선채로 점심을 들고 나서 정 병기-유 한준 후배님과  하이맛 이 규성 고교동창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헬기장에서 대간령까지 23분 동안의 내림 길은 비교적 완만했습니다. 유 한준사장이 싸온 유부초밥이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는 부부의 정성이 깃들어서 인지 맛있었습니다. 왼쪽의 마장터와 오른 쪽의 문암천으로 갈리는 십자안부 대간령에서 25분 동안 경사 길을 올라 암봉에 올라섰지만 날씨가 좋았다면 선명하게 보였을 마산 그리고 문암천이 짙은 안개에 싸여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너덜 길을 지나 다다른 두 번째 암봉에서 다시 안부로 내려섰다 병풍봉으로 향했습니다. 


  16시33분 해발 1,052미터의 마산에 올라섰습니다.

대간 길에서 오른 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마산에 올라서서 얼마 전에 지나쳐버린 신선봉을 못내 아쉬워하는 일행 분을 뵙고 나서 저런 열정이 대간 길을 놓치지 않고 밟게 한다싶었습니다. 30분전에 지나온 알프스스키장에서 조망하면 병풍처럼 보일 서쪽 사면이 절벽인 병풍바위에서 동창 일행들과 헤어져 저 혼자서 내뺀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진부령에서 산행을 마쳐 일단 대간 종주를 마무리 짓고 싶어서였습니다. 마산을 들렀다 다시 대간 길로 돌아와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달렸습니다. 45분 후 알프스 표지판이 서있는 곳에 다다르자 안개가 가시기 시작해 진부령과 홀리마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7시 30분경 스키장을 지나 B코스 끝 지점인 알프스리조트로 내려섰습니다.

뒤 따라온 후배 한 명과 홀리마을을 지나 진부령으로 향했습니다. 대로를 걸어 군부대 철조망을 지나는 중 급하게 쫓아오는 하이맛 친구를 기다려 몇 걸음을 동행했지만 그 친구는 이내 저희 둘을 앞질러 휑하니 내달렸습니다. 야산사이로 난 넓은 길을 걷다가 산을 가로 질러 진부령으로 내려섰습니다.


  18시32분 해발 520미터의 진부령에 도착해 장장 670키로의 대간종주를 마쳤습니다.

재작년 1월 안내산악회를 따라 궤방령에 발을 들인 후 2년3개월 만에 한반도 남단의 대간 길을 모두 밟았습니다. 총 55회의 출산 중 26회를 저 혼자서 해냈기에 내년에 다시 한번 진부령에서 시작해 지리산의 천왕봉으로 저 혼자서 내달려 볼 자신이 섰습니다.


  북으로 뻗은 대간 길이 열릴 때까지 그리고 백두산 장군봉을 밟을 때까지 저의 대간 종주는 끝나지 않습니다. 몇 번이고 한반도 남단의 진부령-천왕봉을 반복해 밟으며 대간길이 활짝 열릴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릴 것입니다. 그 기다림의 시간만큼 완주의 기쁨도 비례해서 커질 것이기에 기다리고 또 기다릴 것입니다. 그 때까지 대간 완주의 소감표현도 미뤄 둘 생각입니다.


  “마루금 다 밟기를 꿈꾸던 그대,

   오늘 드디어 뜻을 이뤘네.

   대간의 기슭에서 만난 우리들,

   당신의 아름다운 성취를 대간 길 끝 길에서

   우정의 잔을 들어 축하합니다.”

제게 완주패를 만들어준 천자봉님등 이 산악회의 길벗 9분들의 정성이 너무 고마워 이 패에 실린 축하 글로 저도 똑같이 완주하신 이분들과 또 다른 분들에도 축하인사를 올립니다.


  무사히 대간 길을 끝까지 밟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산악회의 회장님과 대장님들에 감사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그동안 저의 부끄러운 산행기를 읽어주시고 댓글로 격려해주신 회원 분들에도 고마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늦게나마 대간 길에 합류해 건필을 구사하는 고교동창 이 규성교수(하이맛) , 한계령-1158봉 구간의 암릉길을 안전하게 지날 수 있도록 자일을 챙겨준 경동OB산악회의 함 기영 회장, 그리고 저의 대간 종주를 축하하고자 먼 길을 달려와 함께한 정 병기, 유 한준후배님 두 분에도 감사인사 전합니다.


  2003-4년 두해 동안  서울대AFB산악회를 함께 이끌어 온 전 문환, 김 미숙 사장님의 격려와 응원에 감사말씀 드립니다.




  한국의 산하에서 맺은 인연이 제게는 더할 수 없이 고맙고 소중합니다.

일찍이 이 강토의 산줄기를 오르내리며 체계적으로 정리해 가시는 신 경수님의 개척정신을 조금이나마 배워가고자 님이 먼저 밟는 그 길을 저도 이어 밟고자 합니다. 저 혼자 나설 때에는 반드시 진 혁진님의 개념도와 산행기를 복사해 갖고 다녔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보다 얼마큼 앞서 이 길을 먼저 밟아 생생한 정보를 올려주신 북한산님, 이 송면님, 운해님, 요물님 모두에 감사 말씀 올립니다. 댓글로 격려해주신 봉봉님, 범솥말님, 정선님, ottoban님, 영화님 등 여러 분과 졸고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이 제게 산행기를 쓰는 기쁨을 안겨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감사해야 할 것은 백두대간입니다.

이제껏 한마디 불평 없이 그 자리를 지켜와 저 혼자서 10시간 넘게 산행을 할 때도 항상 묵언의 말벗이 되어주었고 저의 건강과 건각, 그리고 건필이 가능하도록 보살펴 준 백두대간에 최고의 감사말씀을 올립니다. 또 이 대간 길을 지키는 나무들, 야생화, 새들과 산 짐승들, 그리고 이들과 벗하는 태양과 비구름 및 바람들에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온 세상 모두가, 그리고 모든 것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