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산림청선정 명산100산/명산100산 탐방기

8.가리왕산 산행기(1-2)

시인마뇽 2007. 1. 2. 17:46

                                         가리왕산(2)


          *산행일자:2009. 9. 5일(토)

          *소재지  :강원정선/평창

          *산높이  :1,561m

          *산행코스:장구목-장구목임도-가리왕산-중봉-오잠동임도-숙암분교

          *산행시간:10시29분-17시54분(7시간25분)

          *동행    :경동고 동문23명

 

             (위 사진은 정병기 동문이 찍은 것을 전재한 것입니다.)


  어제는 경동고교 동문들과 함께 강원도 정선의 가리왕산(加里旺山)을 다녀왔습니다.

강원도에는 “가리(加里)”를 패미리 네임(family name)으로 갖고 있는 산들이 몇 있습니다. 홍천의 가리산(加里山)과 인제의 가리봉(加里峰), 그리고 어제 오른 정선의 가리왕산(加里旺山)이 그들입니다. 해발1,051m의 가리산은 우뚝 솟은 암봉의 정상에서 소양호를 조망할 수 있고 진달래꽃이 아름답다 해 산림청에서 명산100산의 한 산으로 선정했습니다. 국립공원설악산의 남서부에 위치한 해발1,519m의 가리봉은 정상에 이르기까지 가파른 암봉들이 연이어 있어 산세가 매우 급하고 험한 산입니다. 경남 함양의 백운산이 지리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로얄(royal)석이라면, 가까이 있어 관전평하기 가장 좋은 설악산의 중계석은 바로 이 가리봉입니다.


  가리(加里) 패미리(family)의 세산 중에서 최고의 왕산(王山)은 단연 해발1,561m의 가리왕산(加里旺山)입니다. 가리왕산이 왕산인 첫 번째 이유는 이 세산 중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다는 것입니다. 산이 제대로 대접받으려면 뭐니 뭐니 해도 높아야 합니다. 그래야 산자락의 오지랖이 넓고, 계곡이 깊어 유량이 많으며, 숲이 우거져 다양한 생물들이 살 수 있고 조망도 빼어납니다. 지리산은 주위의 어느 산보다도 훨씬 높기에 남해 섬 안에 있는 몇 몇 지리망산에서 이 산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조선의 시조시인 양사언이 “태산이 낮다 하되 땅 위의 뫼”라고 하지 않고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로 읊은 것도 산의 대표적 속성이 주위보다 높다는 데 있음을 간파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가리왕산의 넉넉함에 있습니다. 가리왕산은 기기묘묘한 바위들로 만들어진 설악산처럼 골산이 아니고 지리산을 닮은 넉넉한 육산입니다. 산 오름의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아 계곡의 물 흐름도 야단스럽지 않고 여유롭습니다. 정상부근은 하늘이 활짝 열린 개활지의 평원이어서 암봉으로 이루어진 가리산이나 가리봉의 정상보다 한결 여유로워 여름 한 철 땡볕 더위만 아니라면 정상에서 푹 쉬면서 오래 머물다 가고 싶은 산입니다.


  오전10시29분 장구목을 출발했습니다.

가리왕산을 오르고자 제가 몸담고 있는 동문산악회의 동문들과 3년 아래 기수인 27회 동문 등 모두 23명이 아침 일찍 성내역에 모여들었습니다. 아침7시20분경 성내역을 출발한 버스가 진부를 빠져나와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장구목에 도착한 것은 서울 출발 3시간 후인 10시20분경이었습니다. 물레방아가 돌고 있는 장구목에서 간단한 체조로 몸을 푼 후 유머레스크한 모습의 장승들의 배웅을 받으며 오른 쪽 계곡 길로 올라섰습니다. 건전지를 넣는 부분의 접촉 불량으로 사흘 전에 서비스를 받은 카메라가 또 다시 작동이 안 되어 들머리의 물레방아와 장승들을 카메라에 담지 못했습니다. 계곡 따라 오르는 남진 길은 육산답지 않게 돌 가닥 길이어서 무릎보호대가 한 역할 하겠다 싶었습니다.


  11시34분 이끼계곡이 끝나는 지점을 지났습니다.

1시간 남짓 걸어 끌어올린 고도가 470m가량으로 완만한 경사 길이 아님에도 힘들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은 것은 이끼계곡이 곁에 있어서였습니다. 건너 편 어은골의 이끼폭포가 이 산의 이끼를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기 계곡의 바위를 덮은 연초록의 이끼 또한 “이끼계곡”의 이름값을 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구르는 돌에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서양의 금언대로 이끼는 계곡에 붙박이로 박혀 있는 바위 돌에만 끼었습니다. 고생대의 마지막 기인 폐름기의 끝 무렵에 출현해 저토록 왜소하고 연약한 몸으로 2억년이 훨씬 더되는 긴 시간을 견뎌내고 오늘에 이르러 저희들을 반기는 이끼의 강인한 생명력은 모든 생명에의 외경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통나무다리로 계곡을 건너 만나 본 몇 몇 이름 없는 폭포들은 낙차가 크지 않은 아주 작은 폭포여서 그 아래 소들 또한 매우 작아 그다지 볼품이 없었지만 주위 바윗돌의 발그스름한 이끼들이 해맑은 계곡물과 어우러져 빚어낸 풍광들을 제대로 카메라에 담아오지 못했습니다.


 

  12시52분 정상을 0.6Km 남겨놓은 중턱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들머리에서 계곡이 끝나는 곳까지는 산 오름은 경사가 완만해 비교적 수월하지만 이 지점부터 주능선으로 올라서기까지 오름 길은 된비알의 깔딱 길이어서 할딱거리며 오르는 것이 우리나라 산길의 전형인 듯합니다. 이 산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은데다 오름 길이 너덜지대를 따라 나 있어 말이 좋아 육산이지 골산의 바위 길을 뺨칠 정도여서 두 발바닥이 엄청 힘들어 했습니다. 장구목 임도에서 얼마간 숨을 고른 후 한참을 올라 같이 식사할 자리를 잡고 후미를 기다리는 선두팀을 만났습니다. 세 팀으로 나눠져 옹기종기 둘러앉은 저희들은 가져온 것을 모두 꺼내놓아, 산상의 점심상이 집의 식탁 못지않게 풍성했습니다. 반시간 가까운 식사를 마치고 13시20분에 다시 산행을 재개했습니다. 오후가 되자 이미 정상을 오르고 이 길로 하산하는 산객들이 몇 분 보였습니다.


  정상에 오르는 길에 저희들 눈을 끈 것은 밑 등 부분의 속이 텅 빈 주목나무였습니다.

천년을 살고도 모자라 죽어서도 천년이 간다는 주목이 나이 들어 아름드리 고목으로 늙어 가면서 속이 비는 현상은 무슨 이유일까 궁금했습니다. 주목 나무의 빈속에 뿌리를 박고 자라 밖으로 커 나간 오리나무가 말라 죽은 것은 주목나무 안의 오리나무 줄기를 잘라내서인데 그냥 놔두면 두 나무가 다 살 수 있는 것을 사람들이 희귀한 주목나무를 더 오래 살리겠다고 오리나무의 목숨을 끊어 놓았습니다. 숲속의 생명체들은 그들 나름대로 공생을 질서로 해 잘 살고 있는 것을 사람들이 멋대로 생명체의 소중함에 차이를 두어 어느 한 편을 제거하는 것은 숲속의 조화로운 공생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깨트리는 만행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해발 1,4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아름드리나무들을 볼 수 있는 산이 그리 많지 않은데 그 수종도 다양해 주목나무 뿐만 아니라 참나무와 전나무도 그 둘레가 두 아름은 실히 넘어 보였습니다. 이런 거대한 나무들이 뿌리박고 자랄 수 있도록 토양을 제공해온 가리왕산이야말로 참으로 넉넉한 산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14시11분 해발1,561m의 가리왕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점심식사 후 40분간 걸어올라 도착한 정상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10분을 조금 못 걸어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돌탑과 정상석이 세워진 넓은 평원의 가리왕산을 오르기는 이번이 두 번째였습니다. 어은골로 올랐던 6년 전의 첫 오름 때도 정상에서 쾌청한 날씨를 맞아 조망이 좋았었는데 이번에도 선자령의 하얀 색 풍력발전기 여러 대가 거의 다 보일 정도로 시야가 탁 트여 모두들 흡족한 표정들이었습니다. 6년 전에는 제대로 눈길을 주지 못한 남북으로 뻗어나가는 동쪽의 백두대간이 제게 바짝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은 대간 종주 차 4년 전에 저 길을 밟은 덕분일 것입니다. 오대산의 두리봉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의 산줄기도 한 눈에 잡혔으며 서쪽 멀리로는 흐릿하나마 백덕산과 그 너머 치악산까지 보였지만 남쪽 멀리로는 어느 산이 태백산인지 또 소백산인지 가름되지 않았습니다. 정상삼거리로 되돌아가 중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높낮이가 별로 없어 모처럼 산행이 편했습니다. 27기 동문 한 명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산객들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반드시 고운 것만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럴 수도 있다 싶었던  것은  최근의 과다한 대간종주 붐으로 이 나라 등뼈인 백두대간이 머지않아 크게 몸살을 앓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돌탑 3기가 세워진 해발1,343m의 중봉에 도착한 시각은 15시7분으로 잠시 숨을 고른 후 왼쪽으로 꺾어 내려갔습니다.


  15시57분 오잠동임도를 건넜습니다.

중봉에서 숙암분교로 하산하는 왼쪽 길로 내려섰습니다. 지형도에 조밀하게 그려진 등고선을 보고 하산 길의 경사가 엄청 급할 것이다 했는데 이미 된비알 길을 올라서인지 내림 길이 그리 급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산 길에 하늘을 향해 쭉 뻗은 두 아름도 넘어 보이는 거목의 전나무를 보자, 저의 유별난 먼 곳에의 동경이 어렸을 때 동구 밖의 전나무에 올라 먼 곳을 바라다보면서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산죽 길도 지나고 철망 울타리 길도 지나서 오잠동 임도로 내려섰습니다. 자작나무 조림지는 임도에 내려서기 바로 전에 끝났고 임도 건너 등산로는 빽빽이 들어선 훤칠한 키의 낙엽송 숲길로 이어졌습니다. 낙엽송들과 자리를 같이한 적송들은 수적 열세를 불그스레한 수피의 아름다움으로 이겨내 낙엽송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고도차가 거의 나지 않는 편안한 길을 따라 내려가 다시 임도로 내려섰습니다.


  17시55분 숙암분교 앞의 59번 국도변에 도착해 하루 산행을 끝냈습니다. 

선두는 앞서 갔고 후미는 오잠동 임도를 막 지났다는 무전연락을 받고 다시 내려선 임도에서 얼마간 기다리다가 임도 바로 위 능선까지 내려온 것을 확인하고 임도 따라 오른 쪽으로 진행했습니다. 10분 가까이 걸어 다다른 임도삼거리에서 왼쪽 아래로 갈라지는 숙암분교 행 지름길로 내려섰습니다. 로프를 쳐 놓은 하산 길은 이번 산행에서 가장 가파른 암릉 길이어서 바짝 긴장됐습니다. 너덜지대와 텅 빈 외딴 집을 지나 숙암분교에 이르기까지 저녁 한 때 여기 시골풍경이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오대천으로 내려가 몸을 씻은 후 귀경버스에 올랐습니다.


  진부의 한 음식점을 들러 허해진 속을 채우고 나자 산림청에서 정상석 뒷면에 새겨 넣은 가리왕산의 유래가 생각났습니다.  갈왕(褐王)이 난을 피해 현재 절터라고 부르는 서심퇴(西深堆)에서 거처하였다 하여 갈왕산이라 불린 것이 가리왕산(加里旺山)으로 바뀌었다는 내용을 보고 갈왕이 어느 나라 왕인가 궁금해 집에 돌아와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더니 중국의 왕이라는 글도 있고 맥국(貊國)의 왕이었다는 산행기도 있었습니다. 중국의 주왕이 경북 청송의 주왕산으로 피난 왔다는 전설도 있고 보면 그 산보다 훨씬 가까운 가리왕산으로 중국의 왕이 피난오지 못할 이유는 없겠다싶기도 하지만, 제가 맥국의 왕 쪽에 신뢰를 더 두는 것은 먼 옛날 맥국(貊國)이라는 소국이 이곳에서 멀지 않은 춘천에 자리를 잡았다는 춘천맥국설이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삼국사기 권제1의 신라본기 제1에 신라의 3대 임금 유리이사금의 “즉위 17년 9월에 화려, 불내의 이현인이 공모연합하여 기병을 거느리고 북경을 침범하므로 맥국의 거수가 군사로써 곡하서쪽에서 이를 깨뜨리니 왕은 기뻐하며 맥국과 호의를 맺었다. 19년8월에 맥국의 거수가 금수를 사냥하여 왕에게 바쳤다.”고 적혀 있는데 이 맥국이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춘천이라 합니다. 상고시대에 발해만을 사이에 두고 산동반도, 요동반도, 조선반도를 서로 연결하여 동이문화권을 만들었으며 북쪽의 예맥, 조선, 부여, 고구려, 옥저를 세운 예맥족의 한 종족으로 알려진 맥족이 과연 북쪽에서 한반도 중심부인 춘천까지 진출해 맥국을 세웠을까 쉽게 믿어지지는 않지만 강원도의 용화산과 삼악산 모두 맥국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가리왕산의 갈왕도 맥국의 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가리왕산은 피난 온 갈왕에게 어느 나라 왕이냐 묻지 않고 조건없이 받아들였습니다.

가리왕산의 넉넉함이 배어나오는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역시 넉넉한 가리왕산이다 싶어 갈왕의 전설을 옮겨 보았습니다.   

 

 

 

                                                         <산행사진>

 

 

*아래 사진은 24회김주홍 동문이 찍은 사진을 옮겨 놓은 것입니다. 김주홍동문에 감사드립니다.

 

 

 

 

 

 

 

                                              

 

                                               가리왕산(1)


                             *산행일자: 2003년9월10일

                             *소재지  : 강원 정선/평창

                             *산높이  : 1,561미터

                             *산행코스: 휴양림 심마니교-정상-중봉-심마니교

                             *산행시간: 10시5분-17시40분(7시간35분)

 


  어제는 강원 정선에 자리잡은 해발 1,561미터의 가리왕산을 올랐습니다.

추석연휴에 조상 분에 대한 예가 아닌 줄 알면서도 이 먼 곳의 가리왕산을 찾은 것은 작년 12월과 올 7월 모두 이런저런 사유로 산밑에까지 와서도 오르지 못한 회한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오른 가리왕산은 중국의 갈왕이 도망쳐와 은신했다는 해발 1,561미터의 고산으로, 작년 12월 회사직원들과 함께와 오르고자 했으나 산불예방 목적으로 입산이 금지되어 평창으로 옮겨 계방산을 올랐고, 지난 7월에는 중왕산과 가리왕산을 이어서 종주하고자 중왕산에 올랐으나 길을 잘 못 들어 다시 출발지인 하안미리로 되 내려가는 바람에 두 번을 다 오르지 못했습니다.


  최근에 갑자기 홀딱 산에 빠진 권 본부장이 일산에서 차를 몰고 와 동행을 했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 중이어서 길이 붐빌 것에 대비해 아침 4시에 과천집을 떠났습니다. 국도와 고속도로를 번갈아 이용하면서 나름대로 시간을 줄였는데도, 출발 5시간 40분만인 아침 9시40분에 가리왕산 휴양림에 도착했습니다. 


  10시 5분 심마니교를 출발해 어은골의 들머리로 들어섰습니다.

모처럼 쾌청한 날씨여서 산행을 하기에 좋았습니다. 두 번 씩 이나 발을 벗고 계곡을 건너야 해 산행이 20분 가량 더뎠습니다만, 대신에 두 발이 더할 수 없이 시원했기에 탁족의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1시간 가까이 계속된 계곡을 따라 산 오름을 계속했습니다.


  11시 제1 합수점에서 짐을 풀고 숨을 골랐습니다.

제2 합수점을 지나자 가파른 오름 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50분을 올라 다다른 임도에서  안내판을 배경으로 첫 사진을 남겼습니다. 가리왕산의 임도는 MTB족들에는 최고로 환상적인 길이라 합니다. 그 길이는 100키로가 넘고 그 넓이는 자전거 몇 대가 횡렬로 지나가도 될만하기에 그들에는 더할 수 없는 코스입니다. 그러나 길을 잃은 등산객들이 임도를 따라 걷다가는 하루 종일 걸어도 정상에 오를 수도 없고, 산을 빠져 나올 수도 없는 마의 코스이기도 합니다.


  임도를 건너 다시 가파른 절개 면을 따라 올라 치받이 길로 들어섰습니다.

임도변에 세워진 안내판에 능선까지 1.7키로로  적혀 있어 1시간이면 다다를 수 있다고 판단,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놓았습니다. 막상 올라보니 턱없는 시간 예측이었습니다.  임도를 지난 지 1시간 20분 후인 13시20분에야 중왕산-가리왕산을 잇는 주능선에 도착했습니다. 고바위 능선을 치고 오르느라 진을 뺐기에 능선에 올라서자마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돌렸습니다. 능선 주변에는 지금까지 보아온 아름드리 교목은 온데 간데 없고 관목과 고사목이 길 양옆으로 산재해 있었습니다. 


  13시 50분 경 해발 1,516미터의 가리왕산 정상에 섰습니다.

능선 길이 완만해 정상에 다다르기 20여분간  모처럼 편안한 산행을 즐겼습니다. 다른 산들과는 달리 정상주위가 드넓었고,  뭇사람들의 염원을 쌓아올린 돌무더기 옆에 현대문명을 상징하는 무인 기상관측소가 세워져 있어  신구를 다 함께 어우르는 정상의 공간이 더욱 넓게 느껴졌습니다. 바람을 피해 김밥을 들어 요기를 했습니다. 점심 시간이 즐거울 수 있는 것은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긴 시간 두 다리를 쭉 뻗고 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부리에서 펜션사업을 한다는 젊은이의 도움으로 정상에 오른 저희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후, 황병산, 계방산, 중왕산과 노추산 등 먼발치의  산들을 조감했습니다.


  14시 40분  중봉으로 길을 잡아 하산하기 시작했습니다.

40분여 조금씩 고도를 낮추며 능선길을 따라 중봉으로 옮겼습니다. 지난 8월 백두산에서 접한 겹 투구꽃을 만나 반가웠기에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중왕봉을 오를 때 보았던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흙무더기가 보이지 않아 안심이 되었습니다.


  15시 25분 해발 1,433미터의 중봉에 도착했습니다.

중봉에서 조금 내려서 오른 쪽으로 난 능선 길을 따라 얼마고 내려서니 다시 임도가 나타났습니다. 임도를 내려서 산등성의 숲길로 들어서 잠시 쉬면서 피톤취드를 들이마셔 폐부를 깨끗이 했습니다. 숲을 빠져나와 다다른 계곡을 건너 여름에도 얼음이 녹지 않는다는 얼음굴을 들렀습니다.


  17시 40분 심마니교에 다다라 7시간 30분간의 가리왕산 산행을 마쳤습니다.

얼음굴에서 큰길을 따라 심마니교에 오르는 중 오른 쪽 계곡의 비경을 담느라 필름을 다 소진했습니다. 심마니교 다리 밑에서 웃옷을 벗고 몸을 닦았는데 여름과는 달리 저녁시간의 계곡 물이 차 서둘러 끝내고 18시10분 귀성길에 올랐습니다.

 

  가리왕산은 광산지대여서 산 높이에 비해 그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듯 싶습니다.

육산이어서 다리에 부담이 덜 갔고, 날씨가 한 몫을 거들어 힘이 덜 들었습니다.  연 9주 계속된 주말강우로 정상에 올라서도 아무것도 제대로 볼 수 없어 답답했었는데, 어제 오른 가리왕산은 정상에서 산 전체를 조감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내년 봄에 서울대AFB회원들과 다시 한번 찾고자 합니다.

 

 

 

                                                             <산행사진>

 

 

가리왕산(1)

 

*산행일자:2003. 9. 10일

*산행코스:휴양림심마니교-가리왕산-중봉-심마니교

*동행 :하모라 영업담당 권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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