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한남정맥 종주기

한남정맥 종주기5(아나지고개-비루고개)

시인마뇽 2007. 1. 3. 13:55
                                           한남정맥 종주기 5


                      *정맥구간:아나지고개-만월산-철마산-비루고개

                      *산행일자:2005. 10. 26일

                      *소재지  :인천시

                      *산높이  :원적산196미터/만월산187미터/철마산202미터

                      *산행코스:아나지고개-원적산-그루지고개-만월산-천마산-비루고개

                      *산행시간:9시44분-17시38분(7시간54분)

                      *동행       :나홀로

 


    어제처럼 여러 번 찻길을 건너 정맥 길을 이어간 적은 이제껏 없었습니다.

인천 가정동의 아나지고개를 출발해 비루고개에 닿기까지 산허리를 도려내 정맥 길을 토막 낸 차로를 무려 6번이나 건넜습니다. 정맥 길에서 절개면을  따라 내려섰다 차로를 건너 다시 절개면을 쫓아 마루 금으로 오르면서 산허리를 저토록 깊고 넓게 잘라내고 아직도 생태다리 하나 놓지 않아 끊어진 정맥 길을 이어놓지 못하면서 과연 무슨 얼굴로 일제 때 우리나라의 정기를 끊고자 바위에 쇠못을 박았다고 일본인들을 비난할 수 있겠나 싶어 이제부터라도 도로를 낼 때 터널을 뚫어 더 이상 산줄기를 끊지 않고, 기왕에 끊어진 곳은 생태다리를 놓아 연결해 일본인들이 끊고자한 우리나라의 정기를 제대로 이어가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 9시44분 아나지고개 너머 태화아파트 앞의 육교에 올라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버스차로와 경인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육교를 건너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작은 공원으로 들어서 5-6분을 걷자 바로 4차선 도로가 나타났습니다. 이 도로를 건넌 다음 JY정공과 폐가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올라 다시 마루금을 밟기 까지 길 찾기에 조금 신경이 쓰였습니다. 출발 30분 후에 가정약수터 갈림길에 다다르자 몇 분의 노인들이 아침햇살이 와 닿는 벤취에 앉아 쉬고 계셨습니다. 평일 날 오전시간인데도 일찌감치 산책 나온 분들로 오름 길이 붐볐습니다.


  10시38분 해발 196미터의 원적산에 올랐습니다.

가정약수터 갈림길에서 15분을 걸어 올라선 철마정에서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만 매연에 가린 도시가 숨 막혀 보였고 가까이에 자리했을 바다도 보이지 않아 답답했습니다. 철마정 옆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말발굽 자국이 새겨진 마제석이 있다하여 마제봉 및 천마산으로도 불린다고 철마산 유래가 적혀있었습니다. 철마정에서 10분을 더 걸어 넓은 공터에 벤취가 들어앉은 원적산에 다다르자 한 반의 중학생들이 담임선생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느라 조금은 시끌벅적했습니다.


  11시5분 철마산에 오르기 전 양 옆의 절개면이 급경사인 6차선 도로를 건넜습니다.

새사미아파트 입구에서 오른 쪽으로 난 철계단을 지나 절개면 옆으로 난 길로 올라 마루금을 다시 밟으며 사람들은 물론 동물들도 오갈 수 있도록 하루 빨리 생태다리를 놓아 정맥 길을 이어간다면 참말로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1시23분 해발 165미터의 인천시 두 번째 철마산에 닿았습니다.

TV공용안테나와 삼각점이 설치된 철마산을 뒤로하고 10분을 더 걸어 산불감시초소가 세워진 무명봉에 다다라 왼쪽으로 내려서 군부대울타리를 따라 십자안부로 향하자, 오른쪽 산 밑의 한 초등학교에서  가을 운동회 연습을 지도하는 선생님의 마이크소리와 강강수월래 노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직도 시골에서는 초등학교운동회가 어린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의 주요한 축제이기에 요즈음이 운동회를 준비하는 선생님들이 한창 바쁜 때인 듯싶었습니다.


  12시28분 구루지고개를 지났습니다.

십자안부에서 조금 더 걸어 장고개를 지났는데 군부대 하수처리용인 듯한 인공수로를 지나느라 종주 길에 물을 건넜습니다. 장고개에서 7-8분을 올라서자 쉼터가 나타나 산행시작 2시간 10분 만에 첫 번째로 쉬면서 사과를 맛있게 들었습니다. 10분간의 휴식을 끝내고 25분을 걸어 구루지고개에 당도했습니다. 126봉을 오르며 저보다 7년 연배이신 한 분을 만나 몇 말씀 나누었습니다. 온 종일 집에 있기 답답하여 매일 서 너 시간은 산을 오르내리며 보낸다는 그 분에 도서관이용도 시간 죽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13시5분 부평도서관 뒤 숲 속 쉼터의 정자에서 점심을 먹느라 15분을 쉬었습니다.

젊어서 한 동안은 제 문화비의 상당액을 술 담배 값이 차지했었는데 수년전 담배를 끊고 술도 맥주로 한정해 절제한 이후로는 책값과 산행비용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영역을 가리지 않고 책을 사 모아 읽다보니 이제는 책이 많이 쌓여 더 이상 집에 보관하기가 어려워져 앞으로는 책(Book), 산(Mountain)과 일(Work)의 첫 자를 따 지은 비엠떠블유(BMW)라는 필명이 부끄럽지 않도록 자주 도서관을 들러 신간서적을 만날 뜻입니다.


  숲 속 쉼터에서 빠져나와 만난 도로를 건너자 백운공원이 나타났습니다.

공원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 송학사를 지났고 경인선 철도위에 놓은 과선교를 지나 13시36분 다시 산으로 들어섰습니다. 능선에 올라서 오른쪽 산 밑의  “뜨란채”아파트를 보자 “뜰 안채"라고 원형 그대로 썼으면 더욱 예뻤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다시 46번 도로로 내려섰고, 이 도로를 건너 슈퍼에서 맥주 1캔을 사 마신 후 팬더아파트를 지나 부흥유통 앞에서 다시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14시44분 해발 187미터의 만월산에 올라 만월정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한낮이라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습니다. 여름철 한낮이라면 볕을 가릴 나무가 별로 없어 무더웠을 만월산 오름 길 여기저기서 붉은 색의 적철광이 눈에 띄었으며, 어느 암괴는 적철광으로 표면이 매끄러워 스틱이 미끄러지기도 했습니다. 15시20분 만월산에서 KBS송신소를 경유해 도로로 내려서기까지는 알바 한 번 하지 않고 순조로웠습니다.


  오른 쪽으로 한참을 내려가 도로를 건넌 다음 다시 고개로 올라오다 SK주유소 못 미쳐서  절개면을 따라 산을 오른 것이 알바의 시작이었습니다. 간신히 절개면 꼭지점까지 올랐다가

안부로 내려섰다 다시 봉우리를 오르고자 했으나 길이 나있지 않아 잘못 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저를 지켜본 만월산 터널관리사무소 직원이 울타리 문을 열어주어 안으로 들어가 삥 돌아서 SK주유소에 바로 앞에 도착, 이곳에서 오른 쪽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걸어 진성화학 뒤 들머리로 올라섰습니다. 도로를 건넌 후 15시47분에 이 들머리에 들어서기까지 다른 분은 10분도 안 걸렸는데 저는 35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16시10분 시멘트길을 벗어나 산길로 들어서 5-6분을 오르자 쉼터가 나타났습니다.

남동쪽의 산골짜기에 자리 잡은 대단위의 공원묘지까지 연결되는 시멘트길이 왼쪽으로 나있는 쉼터의 벤취에 먼저와 쉬고 있는 노인 한 분이 관악산이 한남정맥 끝 지점이냐고 물어와 아니라고 답을 드리자 자신이 이제껏 알아온 것과 다르다며 영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잠시 숨을 돌린 후 세 번째 철마산을 향하여 산행을 서둘렀습니다.  몇 분후 왼쪽 산 밑에서 사격을 해대는 총소리가 숨 가쁘게 들려와 저도 모르게 왼쪽 능선을 버리고 오른 쪽 능선으로 내달아 정맥 길을 한참 벗어났습니다. 한참 후 마침 아랫마을 만수아파트에 산다는 젊은 분을 만나 이분과 함께 오던 길로 되돌아가다 한 봉우리 밑에서 오른 쪽으로 옆 질러  철마산으로 보이는 봉우리까지 동행했습니다.


  17시4분 해발 227미터의 인천시 3번째 철마산에 도착했다 생각했는데 산불감시초소가 보이지 않아 위치확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동행한 젊은 분은 오른 쪽 만수아파트 길로 하산했고 저는 왼쪽 정맥 길로 내려섰습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해 당황되었습니다만 안부에 내려섰다 다시 올라 17시20분에 군부대 정문을 지나서야  제 위치를 확인, 철마산이라 생각했던 봉우리는 187봉이고 철마산은 그 전에 바로 밑으로 옆 질러 왔음을 알았습니다.


  부대 정문에서 울타리를 따라 7-8분을 걸어 만난 왼쪽으로 난 희미한 길을 따라  5-6분을 내려서다가 철조망을 만나 다시 가시나무를 헤치고 부대 울타리 길로 올라서느라 세 번째 알바를 했습니다. 사방에 어둠이 깃들기 시작해 헤드랜턴을 꺼내 찼습니다. 이제 소사고등학교는커녕 하우고개도 턱도 없기에 비루고개에서 산행을 멈추어야 하는데 얼마나 더 가야 당도할 수 있는지 몰라 답답하고 불안했습니다. 다시 올라선 울타리 밑 길에서 4-5분을 더 걷자 왼쪽으로 정맥 길이 나있어 이제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7시38분 비루고개에 도착해 8시간 가까운 종주산행을 마쳤습니다.

산행을 끝내고 홀로 백두대간을 종주중인 부천의 북한산님을 만났습니다. 이번이 첫 만남이지만 그간 산행기로 정보를 교환하고 댓 글로 격려를 나누어 온 터라 그새 몇 번을 만난 듯이 반가웠습니다. 더할 수 없이 깍듯하게 대해주는 이분에 8년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선배로서 대접받기가 쑥스럽고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저런 산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이 분이 내준 아구찜을 맛있게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 대간이 맺어준 인연을 소중하게 이어갈 생각입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