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한남정맥 종주기

한남정맥 종주기6(비루고개-397번도로)

시인마뇽 2007. 1. 3. 13:56
                                               한남정맥 종주기 6


                            *정맥구간:비루고개-성주산-양지산-397번도로

                            *산행일자:2005. 11. 2일

                            *소재지  :경기부천 및 시흥/ 인천

                            *산높이  :성주산 217미터/양지산 151미터

                            *산행코스:비루고개-와우고개-성주산-하우고개-여우고개

                                            -소사고교- 계수동고개-양지산-397번도로-금이사거리

                            *산행시간:7시50분-16시50분(9시간)

                            *동행       :나홀로

 


 

  인천시내로 들어선 후 백석스포렉스에서 비루고개까지 몇 번 알바는 했지만 정맥 길을 벗어나지 않고 제대로 이어와 이제는 한남정맥을 종주하는데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습니다. 비루고개를 출발해 인천대공원을 지나는 몇 개의 복잡한 차로를 위로 건너고 밑으로 통과하며 한 20분간 길 찾기를 탈 없이 마쳤기에 어제는 다른 때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산 들머리에 들어서 산뜻하게 종주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7시50분 비루고개를 출발했습니다.

산행이 순조롭다면 목감사거리까지 진출하겠다는 욕심에서 서둘러 6시25분에 산본 집을 나섰습니다. 지난번에 산행을 마친 비루고개에서 인천대공원 쪽으로 내려와 이가백숙 옆의 차도 밑으로 난 지하통로를 통과한 다음 왼쪽 위의 도로로 올라서 걷다가 다시 내려와 조금 걸은 후 다시 왼쪽의 계단을 따라 올라서 도로를 따라 잠시 걸어 불심정사 안내석 앞에 이르기까지 마치 미로학습을 한 듯 했습니다. 


  8시10분 불심정사 안내석을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붙어 수로를 따라난 산길로 올라섰습니다. 절개면의 꼭지 점에서 조금 더 걷자 시멘트 길이 나타났고 이 시멘트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넓은 연병장 앞의 군부대 정문 앞에 당도, 여기서부터 철망울타리를 우측으로 끼고 돌면서 208봉에 이르기까지 흙길을 밟으며 조용히 산속의 아침을 맞았습니다. 한여름이라면 새들이 저의 발들임을 소리 내어 동료들에 알리느라 시끄러웠을 터인데 어제는 산속이 쥐죽은 듯 고요했습니다.  들머리출발 30분 후 208봉에 올라 지난 주 밟은 능선들을 뒤돌아 본 후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9시23분 해발217미터의 성주산을 지났습니다.

208봉에서 십분 가량 걸어 오래된 군인아파트가 들어선 와우고개로 내려섰습니다. 길을 건너 다시 산에 올라 군부대 울타리를 끼고 돌며 고도를 높여 해발217미터의 성주산에 올랐습니다.  부대 안에 초소가 세워진 곳이 성주산 중 가장 높은 봉우리이기에 울타리 밖에서 삼각점이나 표지석을 확인할 수 없어서도 그리했지만 나중에 이곳이 성주산임을 알았기에 정상이 어디냐는 한 여성분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말해주지 못했습니다. 성주산에서 10분가량 걸어 하우고개에 내려섰습니다. 부천과 시흥을 경계 짓는 하우고개의 구름다리는 그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움만은 어느 다리보다 빼어나 이 다리를 카메라에 옮겨 담아 왔습니다.


  10시13분 여우고개에 다다라 차길을 건넜습니다.

하우고개에서 여우고개까지는 산책 나온 분들이 다져 놓은 넓은 길을 모처럼 느긋하게 걸었습니다. 소나무 숲을 지나 다다른 오복약수터 갈림길 삼거리에서 직진하여 쉼터에 도착, 산행시작 2시간 20여분 만에 처음으로 벤취에 앉아 10분을 쉬었습니다. 쉼터 바로 아래 자리한 여우고개에 내려서자 길 건너 음료를 파는 차량이 있어 맥주 한 캔을 사 마셨는데 옆자리의 한 남자 분이 어디를 가느냐고 물어와 한남정맥 종주를 설명하며 김포에서 산줄기를 따라 계속 걸으면 속리산의 천황봉에 닿을 수 있다고 하자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치였습니다. 여우고개에서 122봉을 올라 완만한 능선 길을 지나며 소사구청과 환경단체에서 표찰을 달아 놓은 은사시나무를 보았는데 운길산과는 달리 이 나무의 용도가 적혀있지 않고 대신에 사진이 찍혀 있어 이채로웠습니다.  검은 비닐 차양막이 보이는 봉우리에서 조금 내려가 왼쪽으로 꺾어 소사고등학교 앞 도로로 내려섰습니다.


  11시6분 소사고교 앞 차로를 건넜습니다.

옹벽위로 올라서 절개면 꼭지 점에 섰지만 길이 분명하지 않아 마루금 잇기를 포기하고 다시 내려와 차길을 따라 걷느라 십 수분을 까먹었습니다. 민들레농원 왼편의 도로에서 철계단을 따라 올라 한참을 헤매다가 11시50분에야 표지리봉을 보고 제 길로 들어섰음을 확인했습니다. 시멘트 고개길을 건너 철망을 따라 과수원과 청색지붕을 한 집을 지나 한참을 걷다가 철조망 때문에 산마루로 올라설 수 없음을 깨닫고 다시 돌아와 철망이 끊어진 곳으로 기어 들어가 조림지로 들어섰습니다. 여기서 산마루로 올라섰다 유한철강산업 정문 앞의 도로로 내려서 오른 쪽 건널목으로 옮기는 중 성바오르 피정의집 정문 앞을 지나며 가만히 생각해보니 조금 전 지나온 조림지가 이 피정의 집 안이었습니다. 피정을 하는 조용한 집에 무단으로 들어선 격이 되어 죄송했기에 주 기도문을 외우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13시 피정의 집에서 조금 더 내려가 계수동의 4차선도로를 건너 산길로 올라섰습니다.

이번에는 어렵지 않게 길을 찾아 20분 가까이 걸어 오른 무명봉에서 점심을 들며 10분을 쉬었습니다. 송전탑을 지나 한참을 걸으며 표지기가 나타나지 않아 불안해 하다가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산소로 오르는 중 표지기를 만나 반가웠습니다. 산소에서 한참을 길을 찾다 실패하고 얼마고 내려와 오른 쪽으로 난 큰길을 따라 내려가 만난 제2 경인고속도로를 따라 다시 왼쪽으로 얼마고 내려가자 지하도로가 나타나 그길로 고속도로를 건넜습니다. 다시 오른 쪽으로 고속도로를 따라 걸어 창성포장 공장 앞에 다다랐습니다.


  14시22분 창성포장 건너편의 들머리로 들어서 희미한 길을 따라 산으로 올라섰습니다.

양지산에 이르기까지 군부대 체력단련장을 지나며 좋은 길을 4-50분 걷는 동안 왼쪽 산 밑의 군부대에서 사격연습을 해 콩 볶는 듯한 총소리가 연이어 들려와 불안했는데 그래도 이 길을 걷는 주민들 몇 분을 만나 안심이 됐습니다.


  15시9분 해발151미터의 양지산 정상에 자리 잡은 팔각정 양지정에 오르자 동쪽 멀리 과천의 관악산이 희미하게 보였고 남쪽 가까이에 산본의 수리산 연봉들이 눈에 잡혀 반가웠습니다. 산이 높지 않아서인지 고속도로를 지나는 차량들의 소음이 엄청 시끄러워 이런 산에 과연 동물들이 살수 있을까 걱정되었습니다. 소사고교부터 이곳까지 쉽지 않게 찾아 왔는데 여기서부터 더 어려운 길을 만나 힘든 산행을 했습니다. 양지산에서 10분가량 걸어 다다른 삼거리에서 출입이 금지된 오른쪽 길로 올라서 군부대 철조망 울타리를 따라 오르내림을 계속했습니다. 얼마 후 초병이 지나갈 수 없다기에 바로 고속도로로 내려서겠다며 양해를 구했는데 잠시 후 순찰병을 만나 싫은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고속도로로 내려서자 작업 중인 사병들이 이곳은 출입금지구역이라며 어떻게 왔냐고 해 한남정맥 종주를 설명하자 고속도로는 건널 수 없다며 조심해 가시라고 인사를 해와 고마웠습니다.


  15시40분 고속도로로 내려서 차들과는 반대방향으로 갓길을 따라 걸으며 별 희한한 일을 다 겪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맥 길을 군부대가 선점하고 있어 부대 울타리를 따라 걷다보니 고속도로까지 내려오게 되었는데 이것도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해야 한다니 나이 들어 점잖은 체면에 다시 할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자 갓길 걷기 5분이 정말 길게 느껴졌습니다. 방음벽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절개면을 올라서 울타리를 따라 걸어 큰 묘지에 다다랐습니다. 어느 한분의 묘비에 철학박사 누구누구라고 적혀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분들이 한남정맥을 종주하느라 우연히 이 산소를 지나는 저를 보고 우연과 필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까 궁금했습니다.


  16시8분 제일기계 앞 도로로 내려섰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방죽재에서 2시간을 더 가 목감사거리에서 산행을 마칠 생각이었는데 소사고개에서 이곳에 다다르기까지 몇몇 곳에서 알바를 해 별 수 없이 방죽재에서 산행을 마치기로 하고 고개마루의 군부대정문으로 이동했습니다. 군부대정문에서 방죽재까지는 15분 거리여서 일찍 끝낼 수 있는 산행을 부대정문을 조금 앞두고 오른 쪽으로 희미한 길이 나있어 그 길로 들어선 것이  방죽재를 밟지 못한 직접적인 원인이었습니다. 희미한 산길은 이내 사라졌고 가시덤불이 가로 막아 다시 내려설까 하다가 조금만 더 가면 봉우리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아 무리해서 가시에 찔려가며 사격장을 지나 봉우리에 올라섰습니다. 선답자의 산행기를 무시하고 오른 터라 그분의 산행기가 도움이 되지 못해 마침 부대 울타리 안에서 산보하는 분에 버스길을 물었더니 자기를 따라 내려가면 된다고 해 그 분을 따라 내려갔더니 397번 도로변 부대 앞 정문이었습니다. 차라리 물어보지 않고 우측으로 내려서면 방죽재에 다다랐을 것을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격이 되 버렸다 생각하니 제가 좀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32분 만에 다시 제일기계 앞을 지나 금이사거리로 옮겼습니다.


  16시50분 금이사거리에 도착해 9시간 동안의 하루산행을 끝냈습니다.

길 건너 정류장에서 한번에 산본가는 버스를 타 18시 조금 못되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산뜻하게 출발한 종주산행을 매끈하게 끝내지 못했음은 알바 때문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한 모세에 길을 인도해 준 하느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미지의 길을 찾는데 GPS만큼 고마운 것이 없을 듯싶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GPS를 갖고 산행을 하면 제가 길 찾기의 주체가 아니고  GPS가 알려주는 대로 따라만 가는 것이 아닌 가해서 심정적으로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아직은 설사 길을 잃더라도 산행기와 지도를 보고 산행하는 것이 훨씬 더 종주산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정말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잃어 된 고생을 하기까지는 GPS를 갖고 산행을 할 것 같지 않습니다. 종종 산에서 길을 잃듯이 삶에서도 길을 잃고 방황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이런 때에 인생의 GPS역할을 할 맨터를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