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한남정맥 종주기

한남정맥 종주기8(47번국도-43번국도)

시인마뇽 2007. 1. 3. 14:00
                                          한남정맥 종주기 8


                       *정맥구간:47번국도-지지대고개-광교산-43번국도

                       *산행일자:2005. 11. 16일

                       *소재지  :군포시/의왕시/수원시

                       *산높이  :광교산582미터/백운산567미터/오봉산205미터

                       *산행코스:47번국도신기마을-오봉산-지지대고개-백운산-광교산

                                      -43번국도 수지LG빌리지성동마을

                       *산행시간:8시11분-17시27분(9시간16분)

                       *동행       :나홀로

 

 

   올 겨울 첫 산행은 한남정맥종주로 시작했습니다.

카렌다상으로는 11월 초순에 드는 입동부터 겨울이 시작되겠지만 한여름인 8월 초순에 입추가 들었다 하여 바로 가을이라 부르지 않듯이 남쪽 산들에는 아직 단풍이 지지 않은 11월 초를 겨울이라 말하기는 너무 성급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부터 겨울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저는 11월 들어 처음으로 아침 한때 수은주가 영하에서 머물렀던 어제 광교산구간의 한남정맥을 종주하며 첫 겨울을 맞이했습니다. 영하의 기온으로 손끝이 시렸고 냉랭한 바람으로 목덜미가 추웠던 겨울 첫날 머리만은 산뜻해 8번의 종주산행 중 어제 처음으로 알바 한번 없이 해지기전에 목적지로 정확히 하산했습니다. 


  아침8시11분 47번국도 변의 신기마을에서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43번 국도가 지나는 수지까지 진출해야 하기에 시간을 절약하고자 집에서 신기마을까지 택시로 옮겼습니다. 건널목을 건너 안양베네스트골프장 정문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다 용호고등학교 담장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하천을 따라 군포파출소당동기동순찰대의 컨테이너까지 가서 경부선 철로를 그 밑으로 건넜습니다. 앞에 보이는 한세대학교를 안으로 지나가 뒷산으로 들어섰다 곧 바로 내려선 좁은 차로의 고개 마루에는 쌈밥종가집이 들어앉았습니다.


  9시4분 고개 마루에서 길 건너 들머리로 들어서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청색 철망 너머 조림지를 지나 나지막한 산마루로 올라서자 넓은 맨땅이 나타났는데 유적지인 듯 여기저기서 유물 발굴 흔적이 보였습니다. 다시 산 속으로 들어서자 작년 한북정맥 종주 시 많은 도움을 주었던 옥천장룡산악회의 표지기를 만나 반가웠습니다. 호젓한 산길을 걷는 동안 올 겨울 들어 손끝이 시려오는 추위를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얼마 후 묘지 3기가 있는 갈림길에 당도해 오른쪽으로 난 정맥 길로 가지 않고 직진해 7-8분 거리의 오봉산으로 향했습니다.


  9시42분 해발205미터의 오봉산을 올랐습니다.

북서쪽에서 북동쪽으로 수리산과 관악산 그리고 모락산이 차례로 자리 잡고 있었고 동으로 백운산 서로는 부곡컨테이너 기지가 분명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봉산을 오르내리는 중이 산을 오르는 몇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와 정맥 길을 이어가기까지 20분이 걸렸습니다. 남동쪽으로 난 마루금을 따라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 낙엽의 쿠션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정맥 길을 기분 좋게 걸었습니다. 오봉산 출발 반시간 후 내려선 넓은 차도에서 고고리고개마루인 이동고개삼거리로 올라가 차도를 건넜습니다. 차도를 건너 버스정류장 뒤편으로 올라 가로막고 있는 배수지 철망을 따라 올랐습니다.


  10시38분 오봉산 생태다리를 건넜습니다.

고고리고개마루에서 배수지 철망을 따라 올라 묘지를 지나고 철망을 들락날락해야하는 처음 얼마간 길 찾기에 신경을 쓴 것을 제외하고는 여기 생태다리까지 나지막한 산에 고즈넉한 산길이 계속되어 걷기에 좋았습니다. 과천-봉담간 고속화도로의 절개면을 따라 내려오다 이 도로 위에 설치된 생태다리를 건너자 마구 파헤치고 잘려나간 한남정맥을 종주하며 느꼈던 분노가 어느 정도 가라앉는 듯했습니다. 이 다리를 건너는 동물들과 벗할 푸르른 소나무 몇 그루와 돌무덤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잘 조성된 묘지를 올라서 10여분을 걷자 수원시경계이정표가 나타났습니다. 조금 지난 곳의 삼거리에서 지지대로 내려서는 길은 차 한대가 가도 남을 정도로 길이 넓었으며, 마침 기계로 나무를 간목 중이어서 그 소음이 오봉산의 호젓함에 크게 대비되었습니다.


  11시28분 수원의 지지대고개의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중등교사로는 마지막으로 일한 1978년 가을, 소풍 길에 오른 고등학생들을 인솔해 이 고개를 넘었습니다. 수원 파장동을 출발, 이 고개를 넘어 백운산 중턱까지 행군한 다음 산에서 점심을 들었는데 학생들이 담임을 맡지 않은 선생님들의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아 그 분들과 나누어 먹느라 배를 골린 일이 생각났습니다. 학교에 돌아와서 효의 도시 수원에 사는 너희들이 어찌  담임선생 몫만 달랑 준비하고 비담임 분들 몫은 빼 놓았냐며 학생들의 속 좁음을 호되게 나무랐었는데 지금 그리하다가는 영악스런 학부형들에게서 어떤 얘기를 들을지 모를 일입니다. 차들이 쏜살같이 내달리는 건널목 없는 넓은 차도를 그냥 건널 수 없어 오른 쪽 밑으로 한참을 내려가 건널목을 건너 바로 지지대고개로 오르지 않고 이목동 버스 종점 길로 들어섰습니다. 종점을 조금 지나 오른 쪽으로 꺾어 영동고속국도를 밑으로 통과해 음식점 앞뜰을 거쳐 고속도로 절개면을 옆으로 오르기 시작하기까지 무려 28분이 걸렸습니다.


  12시33분 광교산 헬기장에 다다르자 여러분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영하의 첫 추위도 산을 오르겠다는 산객들의 욕망을 잠재우지는 못했기에 많은 분들이 이곳에 올라 쉬고들 있었습니다. 자연휴식제로 내년 1월31일까지 3년 동안 폐쇄된 지지대고개-광교헬기장 등로에 들어서면 1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것을 모르고 이 길을 걸어 올랐습니다. 알았다 해도 한남정맥의 마루금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이 길을 걸었겠지만 죄를 지은 듯해 기분이 찜찜했습니다. 11시55분에 지지대고개에서 절개면에 붙어 산행을 시작한 후 통신대가 4289미터 남았다는 작은 표지판을 보기까지 30여분간은 표지기가 계속 보이지 않아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닌 가해서 긴장을 했었습니다. 선답자와 다른 곳에서 출발해 산행기가 도움이 되지 못했고 아무런 안내표시가 없는데다 소나무가 우거진 솔밭을 지나느라 시야가 트이지 않아 더욱 그러했습니다. 지도로 방향을 잡고 전진하다 표지판을 보자 안심이 되고 반가웠습니다.


  14시20분 해발567미터의 백운산에 올라섰습니다.

광교헬기장에서 백운산에 오르내리는 산객들을 여러분 만났습니다. 통신대 헬기장에서는 훈련 중인 미군 병사들도 만났습니다. 헬기장에서 홀로 과일을 들고 있는 아주머니 한분에 통신대 오르는 길을 물어 헬기장 뒤 문안으로 들어가 직진하면 된다고 답을 들었습니다. 시멘트계단을 한참을 오르다 통신대 바로 밑에서 좌회전하여 오른 정상에서 아침부터 걸어 온 마루금을 이어보자 가슴이 뿌듯해졌습니다. 이 뿌듯함을 만끽하느라 거의 쉬지 않고 걸어 허기진 배는 김밥과 맥주로 채웠습니다. 그리고 따끈한 커피로 찬 속을 데운 후 14시28분 광교산으로 향했습니다.


  15시14분 한남정맥의 연봉 중 가장 높은 해발 581미터의 광교산 시루봉을 올랐습니다.

엿새 전 광교산-청계산 종주 시 알바를 해 바라산-하오고개 중간에서 석운동으로 잘못 내려와 운중터널 속을 걸어 지났는데 어렴풋이 그 터널이 보였습니다. 백운산에서 이의동 갈림길고개까지는 몇 번을 밟은 길이라서 시간을 절약하고자 지도와 산행기를 배낭에 집어넣고 내 달렸습니다. 비로봉을 지나는 중 잠시 짬을 내어 병자호란 때 이곳 광교산에서 청태종의 사위인 양고리의 목을 베는 전공을 세운 김준용 장군의 전승지를 들러 보았습니다. 훗날 수원성 축성을 지휘 감독한 체제공께서 장군의 전공을 기리고자 여기 바위에“충양공김준용전승지”라고 새기게 했다 함은 6.25를 겪은 후손들에 귀감이 되는 일이겠습니다.


  16시25분 경기대를 2.4키로 남겨 놓은 지점에서 왼쪽으로 뻗은 능선으로 갈리는 이의동 갈림길에서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십수 분 전  형제봉의 박재삼 시문 앞에서 그의 시 “산에서”를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정월 초하룻날 광교산에 올랐다 경기대로 하산하는 중 이 시문을 보고, 올 한해는 “사랑은 기쁘던가 아프던가”로 물어오는 박 재삼님에  답하기 위해 사랑할 사람을 정말 열심히 사랑하며 살기로 결심했었습니다. 지도상에 갈림길에서 43번 국도까지 남은 거리가 백운산에서 이곳까지 걸어 온 길보다 조금 멀게 나와 속도를 내지 않으면 해안에 43번 국도에 닿기가 쉽지 않아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16시53분 시멘트로 포장된 버들치고개를 지났습니다.

이의동 갈림길에서 버들치고개까지 산길은 산책로여서 늦은 시간에도 산을 오르는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저녁 늦게 석양의 햇살을 받는 적송들의 수피가 더욱 붉게 보였으며 산책로로는 더 없이 좋은 경사가 완만한 솔밭 길이기에 언제고 한가한 때에 여유롭게 이 길을 다시 걸어볼 뜻입니다. 버들치고개를 지나 다시 마루금을 이어가고자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걸었습니다. 몇 분들에 길을 물어 마지막 알바를 예방했기에 이번에는 정확히 43번 국도로 하산했습니다.


  17시27분 43번 국도에 안착해 9시간 남짓한 하루산행을 마쳤습니다.


  수지읍내 LG village 성동마을 아파트 단지 옆의 43번 국도로 내려섰는데 아직 어둡지 않았기에 그간 8번의 종주 중 이번에 처음으로 마루금을 제대로 밟아가며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목적지로 하산한 셈입니다. 이번 산행에서는 지지대고개를 넘어 절개면으로 올라서느라 힘들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길들이 잘 나있어 고생을 하지 않았습니다. 종주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나니까 한남정맥에도 이리 편한 길이 다 있구나 하는 새삼스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난개발로 유명한 용인을 지나야 하는데 한남정맥이라고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그래서 이번 광교산 구간은 이 겨울이 첫날 제게 준 보너스 구간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