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백두대간·정맥·기맥/한남정맥 종주기

한남정맥 종주기9(43번국도-아차지고개)

시인마뇽 2007. 1. 3. 14:01
                                                  한남정맥 종주기 9


                             *정맥구간:43번국도망가리고개-소실봉-아차지고개

                             *산행일자:2005. 11 27일

                             *소재지  :경기 용인

                             *산높이  :소실봉185미터

                             *산행코스:43번국도망가리고개-소리봉-한진교통-경기도여성개발원

                                           -200봉-어정가구단지-아차지고개-창덕아파트단지-

                                           -창덕리동백죽전간도로공사현장

                              *산행시간:9시5분-15시33분(6시간28분)

 


 

  며칠 전 올 봄에 시집온 며느리로부터 GPS를 선물 받았습니다.

아주 작은 일에도 기념품을 주고받는 서구의 선물문화에 익숙하지 못해 이제껏 주위 사람들에 제 때 선물을 챙겨 주지 못했는데 제 생일이라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선물을 받는다는 것이 조금은 쑥스럽고 부끄러웠습니다. 이번에 며느리가 마련한 생일 선물은 안가본 산을 찾아 “나홀로 산행”을 즐기는 제게는 꼭 필요한 것이어서 그 아이의 마음 씀이 한없이 고마웠습니다. 이제껏 지도와 나침판 및 선답자의 산행기로 길을 찾아 산을 오르내리느라 알바도 많이 했습니다만 이제 GPS사용법을 익혀 잘만 활용한다면 한남정맥 종주도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겠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이상 길을 찾지 못해 헤매는 알바도 끝나겠구나 생각하자 앞으로 산행이 싱거워 지는 것이 아닌 가하고 염려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난개발 지역인 용인을 지나면서 언제고 한번은 끊긴 정맥 길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고 종주산행을 중단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해왔는데 어제가 바로 그러했습니다. 영동고속도로 바로 옆의 동백-죽전간 도로개설공사 현장에서 끊긴 정맥 길을 이어가보고자 반시간 가량 탐색했으나 길을 찾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공사가 끝나고 도로가 개통된 후면 그런대로 찾을 수 있을 터인데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이렇다할 안내판도 없었고, 또 무리해서 계속 산행을 한다 해도 이미 늦은 시간이라 해지기 전에 버스가 다니는 고갯길인 작고개까지 진출할 수 없을 것 같아 다음에 아차지고개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오후 3시반경 공사현장에서 산행을 접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진작 사용법을 익혀 GPS를 가지고 갔다면 이런 때 요긴하게 썼을 터인데 그리 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아침9시5분 43번 국도가 지나는 수지의 망가리고개에서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산본 집 앞에서 30분을 넘게 수원행 버스를 기다리느라 출발시간이 늦었습니다만 수원에서 수지 가는 버스를 바로 타 9시부터 산행을 시작하겠다는 계획과는 크게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풀빛촌 삼호벽산아파트 ”표지석에서 출발하여 소실봉의 들머리에 다다르기까지 약 40분간  정맥 길을 들어내고 대신 들어선 아파트단지와  차도 몇 곳을 넘나들며 한남정맥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읽었습니다. 이 정맥이 백두대간처럼 높은 산봉우리로 이어졌다면, 아니 설사 낮더라도 경기도가 아닌 강원도를 지나간다면 저리도 헐 뜯기지는 않았을 터인데 1-2백미터대의 낮은 산줄기가 경기도 땅을 관통하고 있었으니 마루금이 마구 파헤쳐지고 토막 나는 것은 어쩔 수 없겠다 싶었습니다. 벽산아파트를 관통하며 지나는  노인정에서  가까운 경비초소 옆의 쪽문을 빠져나와 왼쪽으로 올라가서 삼성 쉐르빌 정문을 지나자 23번 도로가 발밑으로 나있었습니다. 이 도로로 내려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며 43번 도로 밑을 지나 직진하여 다다른 만현마을 I'PARK 5단지 정문에서 왼쪽으로 아파트단지 담장을 따라가다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서 상현초교 맞은편에서 큰길을 벗어나 오른쪽의 소실봉으로 들어섰습니다.


  10시3분 넓은 공터에 자리한 해발186미터의 소실봉에 올라섰습니다.

전날 밤 내린 비로 들머리에서 소실봉에 오르는 길이 촉촉해 산행하기 적당하고 운동하기에 좋아서인지 넓은 공터의 정상에 올라온 인근 주민 몇 분들이 가볍게 운동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여느 겨울비와는 달리 비온 뒤 추위가 닥치지 않았고 영상의 기온을 유지해 마치 봄비를 맞은 것처럼 온 대지가 촉촉하고 부드럽게 느껴졌습니다. 능선 오른 편에는 이 산을 파서 만현아파트단지를  들어앉히느라 산을 깎아 낸  절개면이 급경사를 이루어 아찔했는데, 들머리에 걸어놓은 소실봉을 살리자는 플래카드가 멋 적게 보인 것은 이미 여기 주민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짓느라 소실봉을 훼손할 만큼 훼손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11시17분 확장공사 중인 신갈-수지간 도로 밑으로 난 지하도를 건너 방금 내려온 산줄기를 되돌아보고 이 길을 먼저 밟은 분의 산행기를 따르지 않았음을 뒤늦게 후회했습니다. 소실봉에서 마루금에 걸터앉은 소현초교와 소현중학교를 휘돌아 마루금을 이어가느라 능선 왼쪽으로 내려섰다 학교담장을 오른 쪽으로 끼고 돌아 다시 능선에 올라서서 개념도에 나와 있는 대로 왼쪽으로 꺾어 소실2봉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선답자의 산행기대로 직진할 것인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직진해 산 밑으로 조금 내려서니 시멘트 포장도로가 보여 다시 올라와 개념도 대로 소실 2봉으로 향했습니다. 지하도 통과 15분전에 다다른 소실봉에서 조금 내려선 노랑새나무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대림아파트 단지 오른쪽으로 내려서자 작은 도랑이 나타나 길을 잘못 들었음을 직감했습니다. 별 수 없이 한진교통에서 다시 마루금을 이어가기로 하고 신갈-수지도로 옆으로 난 한적한 길을 따라 남진하다가 확장공사 중인 삼막골 -연수원간 도로를 만나 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 이 차도를 따라 저 만치 보이는 한진교통으로 걸어갔습니다.


  11시32분 삼막골-연수원간 도로의 고개마루에 위치한 한진교통 앞에 도착했습니다.

한진교통 주차장을 지나 산으로 들어서자 이번 산행 중 처음으로 부산 일맥산악회의 표지리본이 눈에 띄어 반가웠습니다. 능선에 올라서 동쪽으로 진행하다가 신갈분기점 직전의 경부고속도로가 바로 밑에 보여 왼쪽의 건축자재를 야적해 놓은 넓은 공터로 내려섰습니다. 넓은 광장을 가로질러 만난 삼막골-연수원간 도로공사 현장에서 오른쪽으로 나있는 지하도를 이용해 경부고속도로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치고 올라 경부고속도로와 나란히 영동고속도로방향으로 향하다 산으로 들어서 절개면을 타고 능선으로 올라섰습니다.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산 오름을 계속해 다다른 폐타이어로 만든 큰 참호에서 10분 가까이 능선 길을 걷다가 왼쪽 능선을 따라 하산해 경기도여성인력개발센타에 도착했습니다.


  12시14분 경기도여성인력개발센타를 지났습니다.

여성인력개발쎈타를 지나 수원CC를 에워싸고 있는 연봉 중 가장 높은 200봉에 올라서기 까지 1시간 가까이 아파트단지를 지나고 차로를 건넜습니다. 인력개발쎈타에서 내려서 만난23번 도로를 건넌 다음 이 도로 위를 지나는 영동고속도로를 밑으로 통과해 용인운전 면허시험장 맞은편의 공사가 거의 끝나 보이는 주공아파트단지 앞에 다다랐습니다. 여기서 아파트 단지사이로 난 차길을 따라 걷다가 GS편의점에서 호빵과 맥주1캔을 사들어 요기를 했습니다. 편의점에서 한참을 올라가자 오른 쪽으로 녹원마을 5단지 입구가 보였고 오른 쪽 산 밑으로 그린빌어린이집 광장이 눈에 잡혔습니다. 광장을 가로질러 산으로 들어서자 양옆에 키가 훤칠한 대나무가 도열해 있는 나무계단길이 길안내를 해주었습니다. 낮은 봉에 올라섰다 다시 왼쪽으로 내려와 녹원단지를 지나기까지 산에 머무른 시간은 채 10분도 안되는 것 같았습니다.


  녹원단지와 수원CC를 떼어 놓는 폭 2미터 가량의 완충지대를 10여분 걷는 동안 녹원단지의 갈색 나무울타리와 수원CC의 초록색 철책 울타리사이로 난 길은 누구 땅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마도 국유지이겠다 싶은 것은 그렇지 않고 녹원단지나 수원CC 중 어느 한 곳의 사유지였다면 산객들이 지나다니도록 길을 내주었을 리가 만무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울타리를 높게 치어 내 것을 챙기기에 바빠 울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쓰기를 거부한다면 이 사회는 이미 죽어있는 사회입니다. 이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내 산을 오르게 만든다면 이사회가 보다 훈훈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이 완충지역이 등산로로 쓰인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13시32분 이번 산행 중 가장 높은 200봉을 올랐습니다.

녹원단지와 수원CC의 울타리가 헤어지는 지점의 들머리에서 200봉에 올라서기까지 23분 동안 산에 오르는 인근 주민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여기 저기 들어선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많은 주민들을 전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낮고 그나마 한쪽은 골프장이 들어서있어 주민들이 출입할 수 없기에 남은 한쪽의 산이 힘들겠다 싶었습니다. 200봉에 올라서자 수원CC에서 세운 피뢰침과 그 안내문이 보였는데 벼락을 예방하기 위한 시설이니 훼손되지 않도록 조심해 달라는 부탁의 글을 보고 벼락의 위력을 새삼 느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년에 벼락을 맞는 사람은 10명 내외로 막말로 벼락 맞기가 로또복권 당첨되기보다 더 어려운 일인데도 이 곳에 피뢰침을 세운 것은 몇 년 전 골프를 치다가 벼락을 맞은 일이 있어서일 것입니다.


  14시39분 어정의 아차지고개에 도착해 일단은 종주산행을 마무리 졌습니다.

200봉에서 10분을 내려와 삼거리쉼터에서 점심을 들면서 10여분을 쉬었습니다. 왼쪽의 강남대 방향으로 전진하다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섰습니다. 다시 임도 사거리에서 똑바로 올라서자 능선 왼쪽에서 포크레인 소리가 크게 들려왔습니다. 얼마고 올라가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한참을 진행하다가 길을 잘 못 든 것 같아 산행기를 보자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어 다시 돌아와 직진해 초록색 철책을 만났습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철책을 따라 내려서 동서가구 앞의 23번 도로에 도착한 다음 잠시 숨을 고른 후 구 도로를 따라 아차지 고개로 올라갔습니다.


  아차지고개에서 산행을 종료할까 아니면 동백 향린촌까지 진행할까를 두고 계속 생각을 곱씹었습니다. 산이 낮고 용인서 13년을 살았었기에 위급하면 어디에서든 탈출이 가능할 것 같아 일단 가는데 까지 가보자는 심사로 아차지고개에서 오른쪽으로 붙어 정맥 길을 이어 갔습니다. 고개에서 북동쪽으로 진행하면서 한번은 철조망을 벌리고 그사이로 통과했고 또 한번은 낮은 포복을 해 철조망 밑으로 통과하여 창덕아파트단지가 보이는 능선에 다다라 조금 더 진행하자 길목에 진을 치고 있는 개장속의 개들이 무섭게 짖어대어 한 농원을 거쳐 창덕아파트단지로 내려섰습니다. 아파트단지에서 다시 능선을 타고자 했으나 절개지여서 오르지 못하고 차길을 따라 걸어 단지를 벗어난 다음 영동고속도로를 지하도로 건넌 다음 조금 위로 올라가 다시 동백-죽전간 확장공사중인 도로를  밑으로 통과해 구도로에 올라섰습니다. 허허벌판에 북쪽 저 만치 절개면이 보이는데 그 앞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고 어디에도 절개면을 오르는 길이 나있을 것 같지 않아 한참을 망연자실해 있었습니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88CC로 안내된 찻길을 따라 북쪽으로 얼마큼 걸어가다가 다시 돌아와 복덕방에 들러 위치를 확인하고 교통편을 알아보았습니다. 창덕리인 이곳에서 설사 길을 찾아 향린촌까지 간다 해도 시간이 너무 늦었고 또 그곳에는 버스가 없어 택시를 불러야 한다기에 이만 철수하고 다음에 아차지고개에서 다시 시작해 용인대 앞 하고개까지 진행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15시33분 하루 산행을 마치고 창덕리 공사현장을 출발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6시간 반 가량의 종주산행 중 정작 산길을 걸은 것은  4시간에 지나지 않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아파트단지와 차길을 걸었고 도로공사 현장을 지났습니다.  이번 산행으로 마루금을 이어가기가 정말 힘이 든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나서 정맥 종주의 참뜻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산행사진>